첫 명시 칼럼집 낸 문현미 시인
언어미학적 좋은 시 63편 선정
현대시 100년관 천안 유치 보람
“정년 이후 새로운 시작 설렌다”
문현미 시인
문현미 시인은 최근 천안 백석대 문화예술관에서 서울신문과 만나 명시 칼럼집 ‘시를 사랑하는 동안 별은 빛나고’(황금알)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마흔이 넘어 늦깎이로 등단한 뒤 20여년간 시집 9권을 냈던 시인의 칼럼집은 처음이다. 최근 5년간 기독교 계열 주간지에 격주로 소개했던 작품과 감상을 담았다.
시력이나 인지도, 등단 시기에 관계없이 오로지 언어미학적으로 좋은 시편에 집중했다. 원로·중견의 시 62편이 그렇게 모였다. 유학과 교수 생활을 합쳐 12년을 독일에서 보내고 또 문학 선집을 냈던 인연으로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외국 시인으로는 유일하게 보태졌다. 문 시인은 “제1 독자인 제 마음에 와닿은 시를 우선적으로 꼽았다”며 “그렇게 감동으로부터 자연스레 빚어진 글을 담았더니 많은 분이 책에서 향기가 난다는 이야기를 해 줬다”고 수줍게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버텨 내고 있는 세상 사람들에게 위로의 선물이 된 셈이다.
시인은 독실한 크리스천이다. 이번 책을 떠나 인생의 시를 꼽아 달라고 했더니 “성경의 시편”이라고 미소 지으며 “성경 말씀에 비유적인 표현이 많은데 예수님은 시인과 마찬가지다. 많은 영감을 얻는다”고 했다.
시인의 이야기는 자신이 책임지고 있는 문화 공간으로 이어졌다. 그는 제2의 고향과 마찬가지인 천안의 문화 인프라를 풍성하게 만든 주인공이기도 하다. 오랫동안 국문과 교수 및 부총장으로 재직해 온 학교에 산사(山史) 현대시100년관을 유치했다. 문학평론가로 평생 한국 현대시 자료를 수집한 김재홍 전 경희대 교수와 맺었던 인연이 이어졌다. 100년관에는 김소월의 ‘진달래꽃’과 한용운의 ‘님의 침묵’ 등 당대 발간된 희귀 시집들을 비롯해 한국 현대시를 대표하는 시인들의 초상화와 육필 원고, 시를 보고 화가들이 그린 그림 등이 숲을 이루고 있다.
100년관에 보리생명미술관이 이웃한 것도 시인의 역할이 컸다. 평생 보리를 소재로 그림을 그리며 추상으로까지 나아가 ‘보리 작가’로 이름 높은 박영대 화백의 대작 157점을 기증받았는데 시인과 박 화백의 인연이 출발점이었다. 시와 그림의 만남이 인상적인 두 곳은 천안 투어의 공식 코스가 돼 전국에서 찾아오는 문화 명소가 됐다. 시인은 “시는 글로 그린 그림, 그림은 색채로 쓴 시”라며 “모두 시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올해 5주년을 맞은 미술관은 기념 도록을 펴내고 가을쯤 특별전을 연다. 내년이 10주년인 100년관은 대형 기념전을 벌써부터 고민 중이다.
문 시인은 올해 정년을 맞는다. 시인으로, 학교 행정가로, 교수로, 예술관장으로 숨 가쁘게 살아왔던 삶에 변화가 생기는 것이다. 삶의 한 단계를 정리하고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있어 무척 설렌다는 시인은 “어떤 형태로든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람으로, 시인으로 남은 생을 살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2022-02-09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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