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영화 vs ‘서양식’ 뮤지컬…비교하는 재미 쏠쏠~

‘판소리’ 영화 vs ‘서양식’ 뮤지컬…비교하는 재미 쏠쏠~

입력 2010-08-20 00:00
수정 2010-08-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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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편제’가 아니다. ‘뮤지컬’ 서편제다. 스토리야 소설, 영화로 이미 널리 알려졌다. 따라서 관심은 어떻게 소화해 냈을까다. 1993년 개봉한 영화 서편제는 각종 영화상을 휩쓸면서 ‘우리 소리’, ‘로드 무비’와 ‘롱 테이크’, 그리고 ‘배우 오정해’를 남겼다. ‘뮤지컬’ 서편제는 말 그대로 서양식 뮤지컬이다. 판소리의 향연만 기대했다면 허탕칠 가능성이 높고, 혹은 서편제라 옛 가락만 있을 것이라 지레 밀쳐 버리면 후회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김건모, 이승철, 브라운아이즈걸스 같은 인기 가수의 히트곡을 만들어 낸 윤일상 작곡가가 곡을 썼다. 감수성 짙은 ‘흔적’ 같은 곡들은 호소력이 강하다. 뮤지컬 곡으로 보기엔 전반적으로 약간 말랑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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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작 뮤지컬 ‘서편제’(왼쪽) 포스터와 1993년 만들어진 영화 ‘서편제’(오른쪽). 문학적 서사에 가까웠던 영화와 달리 뮤지컬은 드라마틱한 캐릭터 구축에 집중했다.
2010년 작 뮤지컬 ‘서편제’(왼쪽) 포스터와 1993년 만들어진 영화 ‘서편제’(오른쪽). 문학적 서사에 가까웠던 영화와 달리 뮤지컬은 드라마틱한 캐릭터 구축에 집중했다.
뮤지컬의 기본 양념도 빠지지 않는다. 1막에서 미군 클럽에서 동호가 오디션을 보는 장면에서는 뮤지컬 ‘키스 미 케이트’의 삽입곡 ‘브러시 업 유어 셰익스피어’를 연상케 할 악당들의 코믹 댄스 장면을, 2막에서 송화와 미군 클럽에서 만난 정부 사이에서 갈등하는 동호의 고뇌는 테크노 음악을 깔고 현대적 군무로 채워 넣었다.

물론 판소리를 완전히 빼지는 않았다. 송화와 동호의 어울림 때는 춘향가의 사랑가가 나오고, 유봉이 죽을 때는 애잔한 단가(短歌)를, 송화와 동호가 재회하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심청가에서 심 황후와 재회한 심 봉사가 눈을 번쩍 뜨는 대목을 넣었다. 스토리와 판소리 내용이 꽤 잘 들어맞는다.

로드 무비와 롱 테이크를 뛰어넘기 위해 뮤지컬은 동호가 과거를 회상하는 액자식 구성으로 이야기를 분해한 뒤 조립했다. 여기에 맞춰 거대한 무대에 8개의 한지 가림막을 교차로 밀고 당겨 공간을 분할하는 방식으로 미장센을 구성했다. 호흡이 제법 빠르다는 얘기다.

소리꾼과 뮤지컬 디바로 각각 꼽히는 이자람과 차지연의 무대를 비교해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좀 더 한국적인 무대를 원하는 관객에게는 이자람이, 현대적 뮤지컬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차지연이 나을 수 있다. 차지연의 무대를 보고 나면, 이자람 무대에서는 일반 뮤지컬 노래까지 소리풍으로 흐르고 마당극 냄새를 느낄 수 있기 때문.

11월7일까지 서울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7만 7000~9만 9000원. (02)703-2016.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2010-08-2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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