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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 최후 보루’ 홍콩 이공대 뚫려… 법원은 “복면금지법 위헌”

‘시위대 최후 보루’ 홍콩 이공대 뚫려… 법원은 “복면금지법 위헌”

류지영 기자
류지영 기자
입력 2019-11-18 18:06
업데이트 2019-11-18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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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경찰 진압작전… 일촉즉발 대치

새벽 교정 진입… 수차례 실탄·음향대포 쏴
시위대, 활·화염병 저항… “버티기 힘들 것”
홍콩의 대법, 마스크 시위대 체포에 제동

中은 홍콩 인접 광저우서 테러 진압훈련
시진핑, 순방 뒤 귀국… 강경 진압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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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펀지탄 쏘는 경찰
스펀지탄 쏘는 경찰 홍콩 이공대에 대한 진압 작전이 시작된 18일 교정에서 경찰과 시위대 간 공방전이 벌어진 가운데 경찰이 시위 참가 학생들을 향해 스펀지탄을 발포하고 있다.
홍콩 뉴스1
홍콩 시위대와 경찰이 일촉즉발의 대치를 벌이는 가운데 홍콩 경찰이 18일 시위대의 ‘마지막 보루’인 홍콩 이공대에 진입했다. 반면 홍콩 고등법원은 시위대의 마스크 착용을 금지한 ‘복면금지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홍콩 정부로서는 시위 참가자의 복면 착용을 단속할 법적 근거를 잃어버렸다.

이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경찰은 새벽 5시 30분부터 이공대 교정에 들어가 시위 진압에 나섰다. 이공대 안에는 600명 정도가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대는 “교내에 먹을 것이 떨어졌고 부상자도 속출하고 있다”며 ‘인도주의적 위기’를 호소했다고 SCMP는 전했다.

지난 8일 홍콩과기대 2학년 차우츠록이 경찰 진압 과정에서 추락사하자 이에 분노한 대학생들이 홍콩의 거의 모든 대학을 점거했다. 경찰 진압이 본격화되면서 대부분 학교에서 시위가 마무리됐지만 이공대는 여전히 학생들이 점거하고 있다. 시위대는 이날 오전 이공대 밖으로 탈출을 시도했지만 경찰이 교정을 전면 봉쇄해 교정 안으로 되돌아갔다. 이들은 경찰에 맞서 화염병을 던지고 화살을 쏘며 저항했다. 수십 개의 가스통을 터뜨리며 건물에 불을 질러 교정 곳곳에서 폭발음이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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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경찰 이공대 진압… 질질 끌려가는 시위 여성
홍콩 경찰 이공대 진압… 질질 끌려가는 시위 여성 홍콩 시위대가 민주화 투쟁의 ‘마지막 보루’로 여긴 이공대에 대한 경찰의 진압 작전이 개시된 18일 한 여성이 교정을 탈출하려다 경찰에 붙잡혀 끌려 나가고 있다.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수차례 실탄을 발사하는 등 홍콩 사태가 갈수록 나빠지자 홍콩 교육 당국은 14일 시작한 휴교령을 19일까지 연장했다.
홍콩 AFP 연합뉴스
경찰은 물대포차를 동원해 파란색 물줄기를 쏘며 교정 진입에 나섰다. 또 ‘음향 대포’로 불리는 장거리음향장치도 선보였다. 장거리음향장치는 지난 2009년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시위 진압 용도로 처음 쓰였다. 최대 500m 거리에서 150㏈ 안팎의 음파를 쏴 고막이 찢어질 듯한 아픔과 구토, 어지러움 등을 느끼게 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대법원에 해당하는 홍콩 고등법원은 야당 의원 25명이 “복면금지법이 홍콩의 ‘기본법’에 위배된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이들의 손을 들어 줬다고 명보가 이날 보도했다.

홍콩 정부가 지난달 5일부터 시행 중인 복면금지법은 공공 집회에서 마스크나 가면 착용을 금지한다. 야당 의원들은 “복면금지법 시행의 근거가 된 ‘긴급정황규례조례’(긴급법)는 입법회(우리의 국회)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기본법에 어긋난다”고 주장해 왔다. 우리의 계엄령에 해당하는 긴급법은 비상 상황 시 행정장관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도록 규정한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긴급법에 근거해 복면금지법을 발동했지만 법원의 위헌 판단으로 더이상 시위대의 복면 착용을 막을 수 없게 됐다.

한편 중국 당국은 지난 16일 홍콩 주둔 인민해방군을 기지 밖으로 보내 청소 활동을 하게 한 데 이어 다음날에는 홍콩과 인접한 광저우에서 대규모 테러 진압훈련을 실시했다. 이날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광저우 공안국은 전날 1000여명이 참가한 대규모 테러 대비 훈련을 벌였다. 광저우 공안국이 공개한 사진에는 테러범 진압과 폭발물 처리 등의 상황이 담겨 있다. 홍콩 시위대를 향한 경고성 행사로 풀이된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해외 순방을 마치고 17일 베이징으로 돌아옴에 따라 홍콩에 대한 대응 수위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 매체들은 시 주석이 브라질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홍콩 폭력을 끝내야 한다”고 말한 대목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홍콩 사태 무력 개입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2019-11-19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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