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깨달음, 모두의 마음에 닿기를

입력 : ㅣ 수정 : 2020-04-03 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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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독임/오은 지음/난다/280쪽/1만 4000원

“은아, 신문에 실린 글은 성별,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나 읽을 수 있는 글이잖아. 이번 글은 좀 어렵더라.” 시인의 아빠가 말한다. 시인은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때부터 나는 내 안의 모든 부기를 빼려고 애썼다.”(8쪽, 작가의 말)

오은 시인의 산문집 ‘다독임’은 2014년부터 올해까지 신문 지면에 연재한 글들을 주요 축으로 한다. “언어 탐구와 말놀이를 통해 사람의 삶에 대한 진정성 있는 성찰을 이끌어 내고 사람의 내면을 다각도로 이야기한다”는 평을 들었던 시인의 시에 비해 훨씬 쉽다. 아빠의 말처럼 모두의 마음에 가닿고자 더욱 정성스럽게 자신을, 주변을 들여다본 글이기 때문이다.

그 시기 세월호, 총선 등 굵직굵직한 일들과 함께 일상의 얘기들을 담았다. 특히 일상 속에서 깨달음을 건져 올리는 시인의 시선이 반짝인다. 가령 ‘귀여움은 ‘또’라는 상태를 염원하게 만든다’는 글은 ‘귀여움이 세상을 구원한다’는 오랜 명제의 이유를 알게 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몸을 동그랗게 만 고양이를 본 시인은 내친김에 온갖 고양이 사진을 들췄다. 힘들 때마다 귀여운 것을 찾는다는 시인은 귀여움은 “또 보고 싶고 또 만나고 싶은 것”이며 “달아나거나 닳는 것이 아니”(201쪽)라고 말한다.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도 실린 산문 ‘이유 있는 여유’에서는 처한 상황과 마음 상태, 두 가지 현상으로 여유를 살핀다. 시인이 주로 언급하는 여유는 ‘기꺼이 무리를 하겠다는 마음, 굳이 그렇게까지 하고 싶은 의지’(108쪽)에 가깝다. 우리가 습관적으로 말하는 ‘여유가 없다’의 기원을 되새기게 한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2020-04-03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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