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800년 전 아메리카원주민과 폴리네시아 남녀 한 번 마주쳤는데

800년 전 아메리카원주민과 폴리네시아 남녀 한 번 마주쳤는데

임병선 기자
입력 2020-07-09 17:14
업데이트 2020-07-10 07:17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과학자들 “한 조상의 후손”확인,뗏목 타고 7000㎞ 헤쳐나가

노르웨이 탐험가 토르 헤예르달이 이용한 뗏목 콘티키 호의 모습. 1947년 4월 28일 다섯 동료와 함께 콜롬비아의 카롤라를 출발해 101일을 항해한 끝에 8월 7일 폴리네시아 투아모투스 제도의 라로이아 섬 환초에 좌초됐다. AFP 자료사진
노르웨이 탐험가 토르 헤예르달이 이용한 뗏목 콘티키 호의 모습. 1947년 4월 28일 다섯 동료와 함께 콜롬비아의 카롤라를 출발해 101일을 항해한 끝에 8월 7일 폴리네시아 투아모투스 제도의 라로이아 섬 환초에 좌초됐다.
AFP 자료사진
1200년 무렵에 아메리카 원주민과 폴리네시아인들 사이에 인적 교류가 있었음이 DNA 분석으로 확인됐다고 영국 BBC가 9일 보도해 눈길을 끈다.

스탠퍼드 대학의 알렉산더 로안니디스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남미 대륙의 해안가에 사는 토착민들 800여명의 DNA와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의 여러 섬 주민들의 DNA 조각들을 비교, 분석했는데 먼 조상을 함께 둔 후손인 것으로 확인됐다. 로안니디스는 “단 한 차례 접촉만으로도 충분한 증거를 남겼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800년 전 딱 한 차례 아메리카 원주민과 폴리네시아인 남녀가 우연히 마주쳐 가진 아이가 자라나 지금의 유전적 공통점을 지니게 했다는 것이다. 연구 팀은 구체적으로 지금의 콜롬비아 땅에 살던 원시 부락민이라고 지역까지 콕 짚었다.

선사시대부터 이 두 곳을 오가는 이들이 있었다는 주장은 수십년 동안 제기돼 왔다. 1947년 노르웨이 탐험가 토르 헤예르달은 남미에서 폴리네시아까지 이런 여행이 가능했음을 입증한다며 발사(balsa) 나무로 만든 뗏목을 타고 태평양의 거친 파도를 넘었다. 남미 열대 기후에서 자라는 발사는 아주 가볍고 부력은 코르크의 갑절이나 돼 잠수부의 생명줄이나 구명 재킷 등을 만드는 데 유용하다. 탄력이 좋아 가구를 포장하거나 기계류를 설치할 때 받침목으로도 쏠쏠했다. 절연성도 있어 인큐베이터, 냉장고 등의 배선재로도 이용된다.

예전에는 폴리네시아 거석들이 남미에서 발견된 거석들과 상당히 닮아 보인다는 점이 증거로 거론됐다. 고구마를 폴리네시아에선 “쿠말라”라고 하는데 에콰도르의 카나리족 말로는 “쿠말”로 불리는 등 작물 이름이 거의 한 단어처럼 들리는 예가 더 있다. 유럽인이 남미에 정착하기 전부터 두 곳에 사는 이들의 피가 뒤섞였을 것으로 짐작되는 이유였다.

이전의 연구들은 사람 얼굴처럼 커다란 모아이 석상들이 늘어 선 칠레 이스터 섬에서 이들의 만남이 이뤄졌다는 가설을 입증하는 데 집중해 왔다. 하지만 과학 잡지 네이처에 게재된 이번 연구에 따르면 첫 접촉은 헤예르달이 짐작한 대로 폴리네시아 제도의 동쪽 섬에서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에콰도르나 콜롬비아를 출발해 뗏목을 타고 풍향과 조류를 타고 떠내려오면 투아모투스 제도를 따라 사우스 마르퀘사스 섬에 도착했다는 점이 증명됐다.
헤예르달이 이용한 뗏목이 저유명한 콘티키 호인데 그는 1947년 4월 28일 다섯 동료와 함께 콜롬비아의 카롤라를 출발해 101일을 항해한 끝에 8월 7일 투아모투스 제도의 라로이아 섬 환초에 좌초했다.

칠레 이스터 섬은 두 섬보다 훨씬 남동쪽에 자리하고 있다. 아메리카 대륙으로부터 거리는 적어도 6900㎞는 됐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모아이 석상으로 유명한 칠레 이스터 섬. 아메리카 대륙의 원시 부족민과 태평양 섬 주민이 처음 만난 장소로 과학자들이 지목했으나 최근 유전자 분석에 따르면 그보다 북서쪽의 폴리네시아 섬에서 만남이 이뤄졌다는 논문이 발표됐다. 로이터 자료사진
모아이 석상으로 유명한 칠레 이스터 섬. 아메리카 대륙의 원시 부족민과 태평양 섬 주민이 처음 만난 장소로 과학자들이 지목했으나 최근 유전자 분석에 따르면 그보다 북서쪽의 폴리네시아 섬에서 만남이 이뤄졌다는 논문이 발표됐다.
로이터 자료사진

많이 본 뉴스

22대 국회에 바라는 것은?
선거 뒤 국회가 가장 우선적으로 관심 가져야 할 사안은 무엇일까요.
경기 활성화
복지정책 강화
사회 갈등 완화
의료 공백 해결
정치 개혁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