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은 옥스퍼드대 교수
우리가 보여 주고 싶은 문화 아닌
그들이 접하는 K팝 등 통해 형성
‘비빔밥’ 작년 구글 최다 검색 음식
한글의 음가 살린 영단어 수 늘어
세계인 일상이 한글과 친숙해져
세계적 권위의 옥스퍼드 영어사전 편찬에서 한국어 컨설턴트 역할을 하는 조지은 옥스퍼드대 언어·번역학 교수가 환하게 웃고 있다.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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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은 영국 옥스퍼드대 언어·번역학 교수는 ‘전 세계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한류 콘텐츠의 진짜 실체’가 무엇이냐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 최근 이메일로 만난 그는 “세계인이 생각하는 한류에 관한 이미지는 흔히 한옥, 고궁, 국악, 민요 ‘아리랑’ 같은 전통문화가 아니라 그들이 넷플릭스와 스포티파이 등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는 ‘기생충’과 ‘오징어 게임’,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의 음악을 통해 형성된다”고 부연했다.
지난해 구글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음식 이름은 ‘비빔밥’(bibimbap)이었고 넷플릭스에서 영어를 제외하고 가장 많이 소비된 언어는 한국어였다. 조 교수는 “영미권의 젊은 세대는 한국에 꼭 가 보고 싶어하고, 한국 음식을 먹어 보고 한국어도 공부하고 싶어한다”면서 “K팝을 사랑하는 청년 세대뿐만 아니라 중장년층 등 한류의 팬덤은 다변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옥스퍼드대 출판부가 발간하는 영어사전에는 ‘달고나’, ‘떡볶이’, ‘찌개’와 같이 한국 음식을 지칭하는 단어가 공식 등재될 예정이다. 불과 십수년 전만 해도 한국이라는 나라 이름을 들으면 ‘북한과 전쟁 중인 분단 국가’로 인식하던 세계인의 시선이 동경하는 눈빛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조 교수는 옥스퍼드 영어사전 등재 과정에서 한국어 고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과거에는 영미권 사람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영어식 맞춤 번역을 했지만, 요즘에는 전 세계적으로 한국어의 멋과 맛을 그대로 살리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면서 “영어는 한국어로 인해 다양해지는 동시에 동적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영어로 된 부가 설명 없이 한글 음가를 그대로 살린 영단어 수가 많아진다는 건 그만큼 한글이 세계인의 일상에서 친숙한 언어가 됐다는 걸 뜻한다. 조 교수는 2021년 K팝 팬들이 트위터(현 X)에 78억개 트윗을 남긴 점을 들며 “K팝의 열정적 팬덤 문화는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의 보편화라는 디지털의 힘과 결부돼 한글과 한류 문화의 강력한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영어와 중국어 사용이 늘면서 사용자 수가 비교적 적은 한글이 사어가 될 가능성이 있느냐고 묻자 “AI는 정보 전달에는 능하지만 감정을 교감하는 데 취약하다”면서 “한류 콘텐츠를 통해 익힐 수 있는 한글은 감정 언어를 학습시키는 데 최적의 언어”라고 말했다.
2024-03-2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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