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에 의한 인권침해 감시자 역할
│제네바 정은주 순회특파원│ 지난해 7월, 참여연대가 유엔 인권이사회(Human Rights Council·HRC)에 한국 정부가 언론·사상·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진정서를 제출했다. 검찰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의 문제점을 보도한 MBC PD수첩 제작진을 불구속 기소하고, 교육과학기술부가 시국선언에 참여한 1만 7147명 교사를 징계한 것을 사례로 들었다. 이는 우리나라가 가입한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유엔 국제협약’ 제19조가 밝힌 언론·사상·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다.정부의 국제 인권조약 위반을 조사·지원하는 유엔 인권최고대표부 본부. 국제연맹이 본부로 사용했던 스위스 제네바의 역사적인 건물로 팔레 월슨에 있다.
진정 절차는 간소해 변호사 도움이나 법률지식이 없어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다. 진정자는 성명, 국적, 생년월일 등 개인정보와 구체적인 인권 침해 사례를 밝혀야 한다. 또 국내의 모든 구제절차를 시도하고 마지막으로 유엔에 진정한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그러면 각 위원회나 실무그룹이 국제 조약과의 관련성이나 인권침해의 근거 등을 먼저 살핀다. 이 과정을 통과하면 당사국에 알려 해명할 기회를 주고, 이에 대한 진정자의 반론을 듣는다. 보통 진정인과 당사국이 제출한 서면 진술서를 비공개로 심사해 인권 침해를 결정하지만, 상징성이 있는 사건 등 특별한 경우에는 특별보고관이 현지를 방문해 조사한다. 국제조약 위반으로 판단하면 각 위원회는 국가배상 등 구제방안을 권고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유엔의 이 같은 권고를 따르지 않는다. 유엔이 2003년 8월 한국 정부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수감 중인 강용주씨가 준법서약을 하지 않았다고 13년간 독방에 구금한 것은 국제 인권조약 위반이라고 결정, 국가 배상을 권고했지만, 정부는 이를 현재까지 이행하지 않고 있다.
글 사진 ejung@seoul.co.kr
2010-04-2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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