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주택 마련을 위해 ‘노예’가 돼야 하는 중국 젊은이들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주택 마련을 위해 ‘노예’가 돼야 하는 중국 젊은이들

김규환 기자
입력 2016-01-26 18:58
수정 2016-01-26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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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이 세계 도시 가운데 ‘내집 마련’이 가장 힘든 도시로 선정됐다.

 미국 컨설팅 업체인 데모그라피아 인터내셔널(DEMOGRAPHIA INTERNATIONAL)은 지난 26일(현지시간) 세계 주택보유능력 조사(DIHAS)를 인용해 홍콩이 미국과 일본 등 9개국 367곳의 세계 주요 도시들 가운데 주택을 구매하기가 가장 어려운 도시에 올랐다고 밝혔다. 홍콩이 6년 연속 1위 자리를 지키는데 성공(?)한 것이다. 

아파트 건설업체의 한 여직원이 아파트 모델 하우스 전시회를 찾아온 손님에게 새로 지을 아파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AFPBBNews=News1  
아파트 건설업체의 한 여직원이 아파트 모델 하우스 전시회를 찾아온 손님에게 새로 지을 아파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AFPBBNews=News1  
 홍콩의 평균 주택 가격은 중간 계층 소득의 19배에 이른다. 평균 월급을 받는 임금 근로자라면 19년 동안 한 푼도 안 쓰고 월급을 모아야 집을 살 수 있다는 말로, 1년 전 이 비율이 17배인 점을 고려하면 올해에는 2년을 더 모아야 한다는 얘기다. 현재 홍콩 주룽(九龍) 지역의 아파트 평균 가격은 1평방피트당 1만 113 홍콩 달러(약 156만원)에 이른다. 430 제곱피트(약 12평) 아파트가 434만 홍콩 달러(6억 7000만원)나 된다. 우리 국토교통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의 주택 가격은 5.7배인 반면 체감 주택 가격은 12.8배이다.

 중국 베이징 역시 홍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은 지난 5년 간 세계에서 주택가격 상승 속도 1위를 차지하면서 이 기간동안 부동산 가격은 무려 120.8%나 치솟았다. 같은 기간 세계 부동산 가격 상승률은 겨우 0.5%에 그쳤다. 중국의 대표적인 부동산 그룹인 위안자(緣家)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베이징시 하이뎬(海澱)구 중관춘(中關村) 지역의 부동산 매매가격은 1㎡당 5만 9990만 위안(약 1090만원, 평당 3597만원)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주택 가격이 급상승하고 있는 것은 도시화가 가속화하는 과정에서 많은 농민들이 돈도 벌고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도시로 몰려들고 있는 데다 임금 수준 등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집값이 비싸 주택담보대출금을 상환하기 위해 직장에 다니는 사람을 가리키는 ‘팡누(房奴·집의 노예)’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을까.

더군다나 중국 경제의 급속한 하강에도 아랑곳없이 베이징의 주택 가격은 강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베이징의 고가 주택 밀집지역도 베이징 시 중심부에서 비교적 많이 떨어진 5~6환 지역으로 몰리고 있다. 주택건설 용지의 공급이 크게 감소한, 집 지을 땅이 크게 줄어든 탓이다. 베이징 외곽의 펑타이(豊台區)구 토지 경매가가 사상 세번째로 높은 1㎡당 5만 6000 위안을 기록했다. 웬만한 고가주택의 분양가와 맞먹는 수준이다. 토지가격 상승은 결국 분양가 인상으로 이어진다. 하이뎬구 5~6환 도로 사이에 위치한 고급 아파트 ‘우광완커루위안(五曠萬科如園)의 매매 가격은 ㎡당 7만 5000 위안으로 올랐다. 가오산(高?) 야하오(亞豪) 부대표는 “3환 이내에는 집을 지을 수 있는 택지가 거의 없다”.면서 “특히 3~4환 지역 택지는 희소성 덕분에 가격이 매우 비싸다”고 밝혔다.

베이징 부동산 가격 상승은 베이징시 중심부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중국이 베이징 주변 지역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데다, 베이징에서 가까우면서도 부동산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도시로 수요층이 몰리고 있는데 따른 결과다. 베이징 시 중심에서 자동차로 50분 거리에 있는 퉁저우(通州)는 행정 신도시로 인기가 치솟고 있다. 베이징시 정부 일부 행정부서가 이 지역으로 이전할 것으로 알려졌고, 중국 정부도 퉁저우 신도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퉁저우시 부동산 가격이 치솟고 투기 과열 조짐이 나타나자 중국 정부가 나서 부동산 구매 제한 규제를 발표하기도 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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