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성범죄 <5·끝>이제 뿌리 뽑읍시다] 에필로그-피해자 서주영씨의 당부
저는 서주영입니다. 서울신문 탐사기획보도 ‘나는 너의 야동이 아니다’ 1회에서 사연이 소개된 동영상 유포 피해자 <1월 7일자 1, 2, 3면>입니다. 다른 서주영씨께는 죄송합니다. 제 얼굴과 실명을 모두 공개할까 생각했지만, 아직 어린 아이가 상처받을까 두려워 당신의 이름을 빌렸습니다.서울신문 탐사기획보도 ‘나는 너의 야동이 아니다’ 1회(1월 7일자 1, 2, 3면)에서 인터뷰를 통해 비동의 유포 성적 촬영물 피해의 고통을 호소한 서주영(가명)씨가 기사와 댓글 등을 본 뒤 다시 한번 소회를 전하고 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고민이 많았습니다. 사연이 나가면 사람들이 오히려 저를 비난하고 손가락질할 거라고도 생각했는데 그건 제 착각이었습니다. 털어놓으니 되려 맘이 편했습니다. 막힌 둑이 무너진 것처럼 한없이 눈물이 나왔지만 숨은 편하고 크게 쉬어지더군요.
기사에 남긴 댓글, 하나하나 읽었습니다. 감사하게도 많은 분이 제게 용기를 주셨어요. 물론 협박에 가까운 악플을 볼 때는 또 심장이 뛰어 뜬눈으로 밤을 새우기도 했습니다. 사회가 단번에 바뀌진 않겠죠. 하지만 좋게 바뀌는 과정이라고 믿습니다.
만약 당신이 과거의 저처럼 혼자 고민하고 있다면 도움을 청하라고 말씀드립니다. 물론 첫발을 떼는 게 정말 힘들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낭떠러지일 것 같거든요.
고민을 푸는 중인 다른 피해자분들에게도 힘이 되고 싶습니다. 그저 다른 분들이 제게 해 준 것처럼 아무 편견 없이 당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겁니다. 마음만으로 전할 수 있는 위안이 있잖아요. 그리고 만약 당신이 제게 “자살하고픈 심정”이라며 눈물을 흘린다면 옷깃을 꼭 붙잡을 겁니다. 그리고 말할 겁니다. “우린 잘못한 거 없습니다. 어깨 펴고 당당하게 살아갑시다”라고.
2019-01-14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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