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평화협정 회담 제안 배경
북한이 11일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기 위한 회담을 제의했다. 북한이 기존보다는 다소 유연한 입장을 나타냈다는 점이 주목된다. 북한은 이날 외무성 성명을 통해 평화협정 회담의 형식으로 ‘6자회담의 테두리’나 9·19 공동성명에 적시된 ‘직접 당사국간 별도 포럼’을 제의했다.김정일(앞) 국방위원장이 평양의 강동약전기구 공장을 시찰하고 있다며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사진. 시찰 날짜는 밝히지 않았다.
평양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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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해 11월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에서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관련, “미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적극적으로 대북제재를 발동시켰다.”면서 “9·19 공동성명의 기본정신인 자주권 존중과 주권평등의 원칙은 말살되고 성명은 무효화됐다.”고 주장했다.
북한 외무성이 평화협정회담을 제의하며 회담의 형식으로 6자회담의 틀도 주장한 것은 한국과도 평화협정회담과 관련해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이 정전협정 당사국에 평화협정회담을 제안하면서 그 형식으로 9·19 공동성명에 적시된 별도 포럼을 주장, 두 달만에 입장을 번복한 셈이 됐다.
북한이 기존의 주장을 번복하면서까지 평화협정회담을 국제사회에 제안한 배경은 무엇일까.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앞으로 6자회담이 열리면 6자회담 틀에서든 9·19 공동성명에서 합의한 4자 간 별도회담에서든 한반도 평화체제를 논의, 이슈를 선점화하겠다는 의도를 내비친 것”이라며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지난해 12월 방북한 이후 평화체제 논의와 북핵문제를 병행하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도 북한이 기존입장을 번복하면서까지 평화협정회담을 제안하게 된 주 요인”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북한이 평화체제 논의를 부각시킴으로써 한반도 비핵화 논의를 희석시킬수 있다는 숨은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보이며 6자회담 참여를 위한 내부 축적용의 의도도 엿보인다.”고 분석했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북한이 기존의 입장과 달리 광의적으로 한국을 한반도 평화협정회담의 당사자로 포함시킨 데에는 국제사회 여건상 한국을 배제한 채 미국 등과 한반도 평화체제를 논의하기에는 무리가 따름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한편 북한 외무성이 성명을 통해 “제재라는 차별과 불신의 장벽이 제거되면 6자회담 자체도 곧 열리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의미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북한이 지난해 4월 6자회담 불참을 선언한 이후 6자회담 재개를 유엔 등 국제사회의 제재와 연계해 언급한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6자회담에 나올 테니 제재를 풀어달라는 뜻이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2010-01-12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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