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국회 첫무대서 박근혜와 차별화…차기 포석?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가 잠재적 경쟁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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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한나라당 대표(왼쪽)·박근혜 전 대표
국회의원 배지를 단지 22년만에 처음으로 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나선 정 대표는 세종시 문제를 ‘과거에 대한 약속’과 ‘미래에 대한 책임’이라는 가치의 충돌로 규정했다.
정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세종시는 ‘약속지키기’와 ‘국가의 미래’라는 두개 가치 사이의 딜레마”라며 “이는 윤리적이고 철학적이며 정치적인 문제를 포함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표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세종시 원안를 고수하는 박 전 대표의 리더십을 과거형의 ‘약속지키기’로,세종시 수정을 지지하는 자신의 가치를 ‘국가의 미래’로 각각 구분,대립구도를 분명히 한 셈이다.
그는 세종시 해법과 관련해서도 “당내 의견 차이는 문제에 대한 진단은 같은데 처방에 있어 조금 차이가 있을 뿐”이라면서 “수술을 해서 대못을 뽑아내느냐,아니면 그냥 상처가 덧나지 않도록 할 것이냐의 차이”라고 규정했다.
여권내 유력한 대권주자 중 1명인 정 대표가 ‘미래’라는 키워드로 정치적 입지를 새롭게 함으로써 ‘신뢰.약속’을 내세운 박 전 대표와 본격적인 대립각을 세워나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나아가 정 대표는 그동안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 대화.토론을 거부하는듯 비쳐진 박 전 대표를 향한 공세도 강화했다.
정 대표는 “약속의 준수는 그것 자체로는 선하다”며 “그러나 선한 의도가 언제나 선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며,이성적으로 따져야 하고 냉철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그러면서 “마음의 담은 허물고 논의의 문을 열어놓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따라서 정 대표와 박 전 대표의 신경전은 기존 ‘세종시 수정 대 세종시 원안’ 논쟁에서 ‘과거 대 미래’의 리더십 논쟁,나아가 대선 조기경쟁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와 관련,박 전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정 대표가 전날 “박 전 대표는 원안이 좋고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 아닐 것”이라는 취지로 말한 데 대해 “너무 기가 막히고 엉뚱한 이야기”라며 강하게 비판,‘잠룡’간 갈등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 정 대표가 세종시를 ‘과거에 대한 약속’과 ‘미래에 대한 책임’ 사이의 가치충돌로 규정한데 대해서도 “세종시법은 국가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해소를 위해 나라를 위해 도움되고 잘 될 수 있는데,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하는 것이 세종시 문제의 본질”이라고 반박했다.
박 전 대표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정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생각할 시간을 달라”며 더이상의 언급은 자제했으나,“서로 편안한 분위기에서 대화 하려면 시간과 여건 등 필요한 게 있지 않겠느냐”라고 말해,당분간 냉랭한 관계가 이어질 것임을 시사했다.
한편 정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한국 정치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동시에 정치 선진화를 위한 해법 제시에 주력하는 등 ‘정치개혁’의 선봉을 자처하고 나섰다.
정 대표는 ‘훼방꾼 정치’,‘뒷걸음 정치’,‘위기의 정치’ 등으로 진단한 뒤 △폭력 의원 의원직 상실 △예결위 상설화 △공천제도 개혁 △여야 대표 정례회동 △개헌 등을 처방으로 내놓았다.
지난 2007년 12월 한나라당 입당 이후 최고위원 경선,대표직 승계 등을 거치며 파편적으로 공개해온 정 대표가 이날 국회 연설을 통해 종합적인 정치개혁 비전을 제시한 셈이다.
또한 정 대표는 “민주화된 국가의 리더십이 포퓰리즘에 발목 잡혀서는 안된다”며 “포퓰리즘 아래서는 법치가 힘을 잃고 자유와 민주가 제대로 실현될 수 없다”며 “우리 정치는 이제 국민의 꿈을 실현시키는 도구가 돼야 한다”고도 했다.
한편 정 대표는 이날 연설을 위해 다보스포럼 참석을 전후해 5∼6차례의 연설문 독회를 가졌고,여기에는 이사철 대표특보단장,전여옥 전략기획본부장,조해진 대변인 등 의원 20여명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정 대표는 당원의 역할,공천제도 개혁,여성의 정치 참여 등에 대해 방점을 찍었고,민주당 정세균 대표에게 정례회동을 제안하는 문구에 대해서는 진심이 전해질 수 있도록 표현 하나하나에 신경을 썼다는 후문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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