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핵태세검토보고서’ 주요 내용

美 ‘핵태세검토보고서’ 주요 내용

입력 2010-04-07 00:00
수정 2010-04-07 0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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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1년여에 걸친 숙고끝에 6일 발표한 ‘핵태세검토’(NPR. Nuclear Posture Review) 보고서는 부시 행정부의 핵정책을 대폭적으로 수정하고 있다.

오바마 정부의 NPR 보고서는 미국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조건을 기존에 비해 제한하면서 동시에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하는 동맹국에 대한 핵억지력을 유지하는 내용을 조화시키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번 보고서는 오는 8일 미국과 러시아의 새로운 장거리 핵무기 감축협정 조인, 12∼13일 워싱턴 핵안보정상회의 등을 거치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핵무기 없는 세상’ 드라이브를 추진하는 디딤돌이 될 전망이다.

◇핵무기 역할 감소 = NPR 보고서 검토과정에서 미국 핵무기의 역할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가 쟁점이었다.

다른 나라의 핵공격에 대한 억지적 기능을 미국 핵무기의 ‘유일한’(sole) 목적으로 규정할 것인지, 아니면 ‘주요한’(primary) 목적으로 규정할 것인지를 놓고 논란이 있었다.

전자를 채택할 경우 핵무기 역할이 급격하게 변하며, 미국의 핵무기 사용 옵션이 현격히 감소하게 된다.

과감한 핵군축론자들은 ‘유일한’ 목적으로 규정할 것을 주장했으나, 미 국방부 등 군부와 보수진영에서는 이에 대해 반발이 쏟아졌고, 보고서 발표가 수개월 지연된 것도 이 쟁점에 대한 조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최종 보고서는 “미국과 동맹국, 파트너국가에 대한 핵공격을 억지하는 것은 미국 핵무기의 ‘근본적인’(fundamental) 역할”이라며 “이는 핵무기가 존재하는 한 계속될 것”이라고 규정했다.

보고서는 이어 “미국과 동맹국, 파트너국에 대한 핵공격(nuclear attack) 억지를 미국 핵무기의 ‘유일한’ 목적으로 삼는 목표를 가지고, 재래식 무기 능력을 지속적으로 강화시키면서 비핵공격(non-nuclear attack)을 억지하는 핵무기 역할을 감소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핵무기 없는 세상’ 추진이라는 이상주의적 목표를 유지하면서, 핵보유국 및 핵테러리스트들의 현실적 위협을 고려하는 절충점을 채택한 것이다.

하지만 보고서는 “미국과 동맹국, 파트너 국가들의 중차대한 이해를 방어하기 위해 극단적인 상황(in extreme circumstance)에서만 핵무기 사용을 고려할 것”이라고 핵무기 역할의 감소의지는 분명히 했다.

이는 미국의 잠재적인 핵공격 타깃을 감소시키고, 나아가 국가 방어를 위한 핵무기 의존도까지도 낮추겠다는 것이다.

◇‘소극적 안전보장’(negative security assurance) = 보고서는 “미국은 핵무기비확산조약(NPT) 회원국으로서, 핵비확산 의무를 준수하는 비핵보유국에 대해서는 핵무기를 사용하거나 위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는 과거 클린턴 행정부시절 견지했던 ‘소극적인 안전보장’(NSA) 정책을 공식 언명한 것으로 NPT 회원국과 비회원국, 그리고 NPT 의무 이행국과 의무 불이행국에 대한 안전보장을 차별하겠다는 뜻이다.

‘소극적 안전보장’ 혜택을 받는 국가들은 만약 미국과 동맹국, 파트너국에 대해 재래식 또는 생화학무기 공격을 가했을 경우 파괴적인(devastating) 재래식 무기의 반격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NPR 보고서는 밝혔다.

이는 비핵보유국의 재래식 또는 생화학 무기 공격에 대해서는 미국이 핵무기 사용을 사실상 배제한다는 뜻으로, 생화학무기 공격시에도 핵보복 공격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부시 정부때의 정책을 뒤집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전날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NPT 조약을 준수하는 비핵국가의 경우 그들이 생화학 무기로 공격해오더라도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들 공격은 재래식 무기나 신형 무기 등 다른 옵션으로 억지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북한, 이란과 같이 NPT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서 핵무기 개발을 추구하는 국가는 ‘소극적 안전보장’ 대상에서 제외된다.

NPR 보고서는 “핵무기를 보유하거나 핵비확산 의무를 준수하지 않는 나라들이 미국 또는 동맹국, 파트너국에 대해 재래식 또는 생화학 무기 공격을 가할 경우에 대비한 미국 핵무기의 억지적 역할은 여전히 수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 때문에 현 시점에서 핵공격 억지를 미국 핵무기의 ‘유일한’ 역할이라고 보편적으로 규정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핵무기를 보유하거나 핵비확산 의무를 준수하지 않는 나라들에 대한 미국의 핵억지력이 여전히 기능한다고 하더라도, “미국은 극단적인 상황에서 핵무기사용을 고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핵 확산 및 핵 테러리즘 차단 = 오바마 행정부는 NPR 보고서를 통해 핵정책의 최우선순위를 핵무기 보유국이 증가하는 것을 차단하고, 테러리스트 그룹이 핵을 보유하는 핵 테러리즘을 막는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핵무기 비확산 체제 구축을 최우선순위로 올려놓은 것은 이번 NPR 보고서가 처음이다.

NPR 보고서는 이를 위해 ▲NPT 조약을 골자로 하는 비확산체제 강화, 확산위험이 없는 평화적 원자력 이용 촉진 ▲4년내 전세계 핵물질 방호(security) 확보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비준, 핵분열물질 생산금지조약(FMCT) 협상 개시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략적 억지 및 안정 유지, 오판 핵전쟁 방지책 = NPR 보고서는 러시아와의 새로운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 체결 이후 러시아와 전술 핵무기, 단거리 핵무기, 비배치 핵무기 등에 대한 추가 협상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핵강국중 하나인 중국과의 협상 의지도 천명했다.

특히 보고서는 사고나 승인되지 않은 행동, 오해로 인한 핵무기 발사 가능성을 줄이는 노력을 미 행정부는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며, 핵위기 상황시 대통령이 핵무기 사용여부를 결정하는데 필요한 시간을 최대한 갖도록 미국의 사령.통제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칫 순간의 판단착오로 핵전쟁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동맹국 확장억지력 제공 = NPR 보고서는 미국 안보전략에서 핵무기의 역할이 감소함에 따라, 동맹국 및 파트너국들에서의 억지력에서 핵무기 외 전력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며 동맹국에 대한 확장억지력 제공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동맹국 및 파트너국과의 긴밀한 협의없이 미국의 확장억지력에 어떠한 변화도 없을 것”이라며 “미국의 확장억지력의 신뢰성과 효율성을 위해 동맹국 및 파트너국가와의 협의를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추가 핵실험. 핵개발 않겠다” 선언 = 보고서는 미국이 앞으로 새로운 핵탄두의 개발이나 추가적인 핵실험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하며 CTBT의 의회비준을 약속했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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