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고위임원 자녀 농협과 자회사에 부당 취업”

“농협 고위임원 자녀 농협과 자회사에 부당 취업”

입력 2010-10-08 00:00
수정 2010-10-08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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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의 8일 농협중앙회에 대한 국정감사는 농협의 방만한 경영과 그에 따른 재정 건전성 약화,직원 비리 등에 대한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특히 의원들은 여야 구분없이 농협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현황을 지적하며 “농협은 움직이는 시한폭탄”이라고 힐난했다.

 심지어 농협이 지난 6일 배춧값 폭등세를 막기 위해 의욕적으로 내놓은 ‘배추 2천원에 300만포기 예약 판매’ 방안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지적하며 후한 점수를 주지 않았다.

 국정감사가 진행되는 동안 농협 일부 직원과 노조원들은 감사장 건물 앞에서 지주회사 분리 등을 뼈대로 한 농협법 개정안에 반대하며 시위를 벌여 뒤숭숭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배추 300만포기 예약판매는 사후약방문”

 민주당 김효석 의원은 “농협이 평소 채소를 비롯한 농축산물 유통에 소홀하다가 배춧값 폭등 사태가 터지자 사후약방문식으로 대처하고 있다”면서 “농협이 산지유통을 주도해 산지수집상보다 높은 가격으로 수매해 소비자들에게 싸게 팔면 (투기성이 있는) 산지수집상이 점차로 사라진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김성수 의원은 “배추 300만포기를 인터넷으로 예약판매한다는데 저소득층,고령층 등 정보소외계층은 인터넷 접근마저 어렵다”고 지적하고 “12일부터 예약이 시작되는데도 ‘중복 구매’ 방지 방안도 마련되지 않았다”면서 ‘졸속처방’이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같은 당 성윤환 의원도 “채소류는 농협의 직접 구매 등의 비율이 50∼70%에 불과해 최근 배추,무 등 채소류 가격이 폭등하는데도 소비자들은 복잡한 유통을 거친 비싼 가격의 (농협) 농산물을 구입하는 실정”이라며 유통개혁을 촉구했다.

 ◇농협 ‘부실 경영’ 집중 성토

 농업개혁 방안도 이날 국감장의 주요 현안이었다.

 먼저 자유선진당 류근찬 의원은 “국회에 계류 중인 농협법 개정안만 통과되면 모든 개혁이 완수되는 것이냐”면서 “그에 앞서 농협이 자체적으로 취할 수 있는 개혁작업을 추진하라”고 다그쳤다.농협 개혁 책임을 국회에 전가하면서 농협 스스로 개혁에는 뒷짐만 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어 한나라당 조진래 의원은 농협이 ‘8조 클럽’에 가입됐다면서 부실 경영을 비판했다.그는 “2010년 8월 말 현재 농협의 PF 대출은 9조532억원으로 이 가운데 부동산 관련 대출은 7조8천580억원”이라며 “시중에선 농협을 국민.우리은행과 함께 ‘8조 클럽’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같은 당 윤 영 의원은 “농협의 PF 대출 연체금이 6천억원을 넘어서 연체율이 사상 최대인 6.67%에 달했다”면서 “회수불능 대출액은 596억원,‘고정이하’ 부실채권만도 8천225억원”이라고 우려했다.

 민주당 김효석 의원도 “국내 은행의 고정이하 여신 비율은 평균 1.18%에 불과한 반면 농협은 2.24%로 크게 높다”면서 “대손충당금 비율도 농협은 89.1%인 반면 국내 은행 평균은 105.1%로 크게 차이가 난다”고 꼬집었다.

 그러자 무소속 송훈석 의원은 농협을 ‘신의 직장’이라고 힐난하며 농협 경영상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거론했다.

 송 의원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농민은 신음하는데 농협중앙회는 2005년 이후 수천억원대의 성과급 ‘돈잔치’를 벌였다”면서 △성과급 1조5천575억원 △특별성과금 2천938억원 △자기계발비 3천723억원 △자녀학자금 1천308억원 △명예퇴직금 1천972억원 등을 사례로 제시했다.

 특히 송 의원은 “농협이 보유한 부동산만도 2조9천억원대인데 최근 농협은 1천300억원대의 건물을 신축한 데 이어 보유 회원권 규모만도 무려 544억원에 달한다”면서 “2009년 이후 법인카드 사용액만도 1천401억원에 달하고,고급 승용차 임차료가 월평균 7천600만원이나 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목청을 높였다.

 ◇직원 비리 문제도 도마에 올라

 방만한 경영에 이어 임직원들의 도덕성 문제도 논란이 됐다.송훈석 의원은 “최근 5년간 고객예금을 횡령한 각종 금융사고가 274건,457억원에 달한다”고 공개했다.

 윤 영 의원도 “지난 3년8개월간 발생한 금융사고액 248억원 가운데 34%에 달하는 85억원은 회수도 못 한데다 금융사고 10건 가운데 3∼4건은 내부직원의 횡령에 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조진래 의원은 “은행별 직원 1인당 당기순이익이 농협은 950만원에 그치고 있지만 국민은행(667만원)만 제외하고 다른 모든 은행은 3천만∼7천만원대의 당기순이익을 거두고 있다”면서 직원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민주당 김우남 의원은 “국감에 앞서 농협 측에 임직원 자녀 내부채용 관련 자료를 요구했으나 ‘취업한 사실이 없다’는 답변만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최근 농협중앙회의 고위 임원들이 자녀를 농협과 자회사에 부당하게 취업시켰다가 비판이 일자 퇴직시킨 뒤 또다시 슬그머니 취업시킨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제보도 있다”며 진상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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