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처리 강행·저지 속 ‘난장판 국회’[동영상]

예산처리 강행·저지 속 ‘난장판 국회’[동영상]

입력 2010-12-09 00:00
수정 2010-1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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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예산안 충돌’이 되풀이됐다.매년 연말 새해 예산안 처리를 둔 여야간 힘겨루기와 몸싸움 등이 어김없이 재현된 것이다.

 북한의 연평도 도발 등으로 국가적 비상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각 당의 이해관계에 따라 빚어진 의원들의 ‘싸움질’에 비판여론도 비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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멱살잡이·주먹질·발길질…안보위기속 무법천지된 국회 8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야당 의원들이 한나라당 측의 본회의 진행을 저지하려고 국회의장석을 둘러싸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 홍영표 의원이 동료의원들의 도움을 받아 의장석을 점거하기 위해 기어오르다 경위들에게 제지당하고 있다.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멱살잡이·주먹질·발길질…안보위기속 무법천지된 국회
8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야당 의원들이 한나라당 측의 본회의 진행을 저지하려고 국회의장석을 둘러싸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 홍영표 의원이 동료의원들의 도움을 받아 의장석을 점거하기 위해 기어오르다 경위들에게 제지당하고 있다.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전날부터 국회 곳곳에서 발생한 여야간 충돌은 8일에도 이어져 오후에는 국회 중앙홀과 본회의장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중앙현관문 앞에서 집단 몸싸움이 벌어졌다.

 점심시간 직후인 오후 1시45분께 한나라당 당직자 및 의원보좌진 100여명이 중앙홀에 들어서자 민주당측 100-150명은 진입을 저지하기 위해 현관문 앞에서 겹겹이 스크럼을 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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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측이 한덩어리로 뭉쳐 본회의장 현관 안쪽으로 들어가려 하면서 양측이 충돌,중앙홀은 순식간 고함과 욕설,비명과 함성이 뒤엉키는 아수라장으로 돌변했다.

 한나라당 인사들은 “으싸,으싸”를 외치며 4-5차례 돌파를 시도해 자당 의원들을 1∼2명씩 본회의장으로 들여보냈고,그때마다 민주당측은 이들의 진입을 저지하느라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현관문 오른쪽 유리벽에는 금이 갔다.



 민주당 전현희 원내대변인은 “한나라당 김성회 의원이 주먹으로 우리당 강기정 의원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는 바람에 출혈로 와이셔츠에 피가 많이 묻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양복과 와이셔츠 앞뒷면이 찢겨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충돌을 통해 한나라당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정몽준 전 대표와 권영세,이경재,이종혁,정미경,신상진,이정선,이인기,공성진,전여옥 의원과 이재오 특임장관 등이 차례로 본회의장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몇몇 민주당측 인사들은 이상득 전 부의장에게는 “그냥 돌아가시지요”라고 말하는가 하면 이재오 장관에게는 “안돼.못 들어가게 해”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거친 몸싸움이 계속되는 와중에도 현관문 앞 중앙홀에는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이인영,김영춘 최고위원,차영 대변인이 나란히 눈을 감은채 가부좌를 틀고 중앙홀 바닥에 앉아 무언의 시위를 벌였다.

 한나라당 박종근,홍준표 의원을 마지막으로 오후 2시23분 본회의장에 들어간 한나라당 의원이 의결정족수를 넘는 156명으로 알려지면서 중앙홀의 한나라당 인사들은 “와!”하며 환호성을 올렸고 현관문도 닫혔다.

 3시40분께 마지막으로 한나라당 김형오,이주영 의원과 진수희 보건복지부장관이 본회의장으로 들어가자 중앙홀은 일순 공백이 왔다.

 그러나 여야 보좌진간 감정이 터져나오며 일부 주먹다짐이 벌어지거나,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와 민주당 소속 송영길 인천시장의 최근 언행을 빗대어 상대 당에 “보온병”,“폭탄주”라고 외치는 등 야유가 오갔다.

 난투극 과정에서 보좌관 몇 명이 출입통제구역인 본회의장 밖 의원 대기공간까지 밀려들어가자 “이런 선례를 남기면 나중에 본회의장까지 들어올 수 있다”고 지적하는 의원도 있었다.

 한나라당 의원 160여명이 본회의장에 자리를 채우며 본회의 임박을 알렸다.안상수 대표는 입장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희태 국회의장은 민주당 보좌진에 막혀 두차례의 시도에도 불구,본회의장에 들어가지 못하자 정의화 국회부의장에게 전화를 걸어 사회권을 위임했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와 의원들도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몸싸움에 진입이 가로막혀 본회의 참석이 좌절됐다.

 4시15분께 한나라당 의원들이 단상을 점거한 50여명의 야당 의원들을 끌어내리기 시작했다.

 김무성 원내대표가 단상 아래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을 향해 “다 나와”라고 말하자 중진 등 20여명을 제외한 대부분이 앞으로 몰려나갔다.이들은 곧바로 단상으로 올라가 3∼4명에 1명씩 야당 의원들을 끌어내렸다.

 민주당 의원들은 발버둥을 치거나 “부끄러운 줄 알라”며 고함을 쳤다.진보신당 조승수 대표는 “이것이 한나라당 정치냐”고 고함을 쳤다.여야 의원간 멱살잡이와 발길질도 목격됐다.

 한나라당 이은재,손숙미,김소남 의원 등은 야당 여성 의원에게 다가갔다.

 의장석을 지키던 민주당 최영희 의원이 먼저 끌려내려갔다.

 이은재 의원이 의자를 끌어안고 버티는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에게 “쇼 좀 그만하라”며 끌어내려 하자 이 대표는 “내 몸에 손대지 말라”며 격렬히 소리쳤다.그는 단상을 내려온 뒤 결국 들것에 실려 본회의장을 나갔다.

 단상을 빼앗긴 민주당 의원들은 “권력의 개가 됐나”,“이렇게 하는게 어딨어”,“어떻게 사람을 개.돼지 끌어내 듯 하느냐”며 일제히 반발했다.

 정의화 국회부의장이 4시31분 의장석에 앉았다.

 야당 의원들이 단상 아래에서 “내려와!”,“날치기” 등을 연호했지만 정 부의장은 10분만에 개의를 선언하고 예산안을 비롯한 3개 안건을 일괄 상정했다.

 이주영 국회 예결위원장이 예산심사보고를 하려 할 때에는 일부 민주당 의원이 마이크를 가로채려 했고,정 부의장에 대해서도 물을 뿌리거나 손피켓을 던지는 등 격한 반응이 나왔다.

 예산안 등에 대한 투표시작 2분만인 4시52분 투표가 종료되자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무효”라는 외침이 터져나왔다.예산안은 한나라당과 미래희망연대 의원 등 166명이 참석한 가운데 찬성 165명,반대 1명으로 통과됐다.

 투표가 예산부수법안과 아랍에미리트(UAE) 국군파견동의안 등 다른 안건으로 넘어가자 야당의 반발은 다소 수그러드는 분위기였다.여야가 첨예 대립했던 UAE파병안 표결도 예상외로 큰 소란없이 넘어갔다.

 4대강 사업의 핵심법안으로 국토해양위 상정때부터 시끄러웠던 ‘친수구역활용 특별법’이 상정되자 민주당 의원들이 “안된다”고 소리쳤지만 투표는 아랑곳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5시15분께 민주당 의원들은 “다 해먹어라”,“날치기 계속하라”,“민주주의는 죽었다”,“다해먹어라”고 외치며 본회의장에서 퇴장하기 시작했다.

 이후 의장석 주변에는 10여명의 경위만 남았고 한나라당 의원들은 마치 평상시처럼 투표에 임했다.

 과학기술기본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창조한국당 이용경 의원이 “그간 과학기술연구기관 개혁이 너무 많이 있었다.3∼4년마다 왜 매번 개편하느냐”면서 “과학계가 자율적으로 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우리나라도 노벨상이 나온다”며 반대토론에 나서기도 했다.

 안상수 대표는 야당의 저지로 예산안이 끝난 뒤에야 본회의장에 들어와 투표에 참여했고,박근혜 전 대표도 야당의 저지로 본회의장에 들어오지 못했다고 의원실은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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