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이 18일 “비대위를 구성해서 외부의 조력을 받아 변화를 시도하려고 했다면 그 변화가 이뤄지는지, 그 사람들이 제대로 하는지 기다리는 게 예의”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 주최로 열린 ‘새로운 보수가치와 한나라당 비대위의 과제’ 토론회 자리에서다. 비대위원 사퇴와 재창당 등을 요구하며 ‘비대위 흔들기’에 나선 친이(친이명박)계와 쇄신파 일부를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김 비대위원은 작심한 듯 발언을 쏟아냈다. 앞서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대위·중진의원 연석회의에도 불참했다. 그의 입에선 지난 20여일 비대위 좌장격으로 활동하며 한나라당에 느꼈던 서운함이 거침없이 쏟아져 나왔다. 그는 “오래된 정당이 지도부가 없을 정도로 추락해 어쩔 수 없이 비대위를 구성했으면 일단 기다리는 게 예의”라고 했다. 정치학자 막스 베버의 ‘소명으로서의 정치’도 언급하면서 “제가 답답해서 ‘과연 끝까지 일할 수 있을까’ 혼자 생각한다. 오죽하면 ‘말을 물가까지 데려가도 자기가 안 먹으면 할 수 없다’는 말까지 했다.”고 토로했다.
자신을 주로 공격한 친이계 의원들을 겨냥해선 “(비대위를) 지원하지는 못할망정 헐뜯으면서 (비대위 활동의) 결과가 나쁘면 나한테 유리하다는 생각은 안 해주시길 간절히 바란다.”고 요청했다.
공천개혁안을 둘러싼 마찰에 대해서도 한소리 했다. 김 위원은 “저는 누가 친이·친박(친박근혜)인지 모른다. 공천에서 탈락할 수도 살아남을 수도 있는데 특정계파를 몰아내기 위한 음모라고 하니 반응이 너무 과도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연 한나라당이 엄청난 숫자로 물갈이하고 나서 새 인물 공급이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검증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비대위를 맡아 모든 권한을 갖고 쇄신해 달라고 요청한 이상 지금은 다른 선택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 위원은 특히 이명박 대통령의 자진 탈당을 요구해 논란이 예상된다. 그는 “비대위가 대통령을 억지로 퇴출시킬 수 없고 재집권을 위해 대통령이 어떤 자세를 취하는 게 옳은지 스스로 판단할 문제”라면서 “최고 통치자가 그 정도 정치적 감각이 없다면 상당히 문제가 복잡하다.”고 말했다. 현 정권의 실수를 솔직히 시인하고 비대위가 다른 방향으로 간다고 천명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것이다.
앞서 전날 열린 의원총회 안팎에선 친이계 차명진 의원이 “비대위원은 박근혜 비밀당원”이라고 비판하는 등 강도 높은 ‘비대위 때리기’가 계속됐다. 정몽준 전 대표도 “비대위가 바깥에서만 얘기하고 정작 가족들은 무시한다. 예의가 없다. 한나라당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박 위원장은 의총이 끝난 뒤 마무리 발언에서 재창당 요구 등에 대해 “비대위가 출범하고 20일 만에 또 바꾸자면 국민들이 뭐라고 하겠나. 창피한 줄 아셔야 하는 것 아닌가요.”라며 반격을 원천차단했다.
비대위를 향한 의원들의 이 같은 공격 속에는 자신들을 겨냥한 공천개혁안에 대해 대놓고 반발하지 못하는 심리가 묻어난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정 의원은 이날 비대위·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도 곁다리 비판을 이어갔다. 정 전 대표는 “어제 의총은 비대위원·동료 의원들이 처음 만나 한나라당이 어디로 갈지 논의하는 자리가 되기를 기대했는데 미흡했다.”고 평가절하했다. 공천 문제만 논의함으로써 비대위 자체에 대한 비판은 기대 이하였다는 것이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1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박근혜(오른쪽)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의원들이 권영세 사무총장의 당무보고를 경청하고 있다.
김명국기자 daunso@seoul.co.kr
김명국기자 daunso@seoul.co.kr
김 비대위원은 작심한 듯 발언을 쏟아냈다. 앞서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대위·중진의원 연석회의에도 불참했다. 그의 입에선 지난 20여일 비대위 좌장격으로 활동하며 한나라당에 느꼈던 서운함이 거침없이 쏟아져 나왔다. 그는 “오래된 정당이 지도부가 없을 정도로 추락해 어쩔 수 없이 비대위를 구성했으면 일단 기다리는 게 예의”라고 했다. 정치학자 막스 베버의 ‘소명으로서의 정치’도 언급하면서 “제가 답답해서 ‘과연 끝까지 일할 수 있을까’ 혼자 생각한다. 오죽하면 ‘말을 물가까지 데려가도 자기가 안 먹으면 할 수 없다’는 말까지 했다.”고 토로했다.
자신을 주로 공격한 친이계 의원들을 겨냥해선 “(비대위를) 지원하지는 못할망정 헐뜯으면서 (비대위 활동의) 결과가 나쁘면 나한테 유리하다는 생각은 안 해주시길 간절히 바란다.”고 요청했다.
공천개혁안을 둘러싼 마찰에 대해서도 한소리 했다. 김 위원은 “저는 누가 친이·친박(친박근혜)인지 모른다. 공천에서 탈락할 수도 살아남을 수도 있는데 특정계파를 몰아내기 위한 음모라고 하니 반응이 너무 과도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연 한나라당이 엄청난 숫자로 물갈이하고 나서 새 인물 공급이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검증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비대위를 맡아 모든 권한을 갖고 쇄신해 달라고 요청한 이상 지금은 다른 선택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 위원은 특히 이명박 대통령의 자진 탈당을 요구해 논란이 예상된다. 그는 “비대위가 대통령을 억지로 퇴출시킬 수 없고 재집권을 위해 대통령이 어떤 자세를 취하는 게 옳은지 스스로 판단할 문제”라면서 “최고 통치자가 그 정도 정치적 감각이 없다면 상당히 문제가 복잡하다.”고 말했다. 현 정권의 실수를 솔직히 시인하고 비대위가 다른 방향으로 간다고 천명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것이다.
앞서 전날 열린 의원총회 안팎에선 친이계 차명진 의원이 “비대위원은 박근혜 비밀당원”이라고 비판하는 등 강도 높은 ‘비대위 때리기’가 계속됐다. 정몽준 전 대표도 “비대위가 바깥에서만 얘기하고 정작 가족들은 무시한다. 예의가 없다. 한나라당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박 위원장은 의총이 끝난 뒤 마무리 발언에서 재창당 요구 등에 대해 “비대위가 출범하고 20일 만에 또 바꾸자면 국민들이 뭐라고 하겠나. 창피한 줄 아셔야 하는 것 아닌가요.”라며 반격을 원천차단했다.
비대위를 향한 의원들의 이 같은 공격 속에는 자신들을 겨냥한 공천개혁안에 대해 대놓고 반발하지 못하는 심리가 묻어난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정 의원은 이날 비대위·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도 곁다리 비판을 이어갔다. 정 전 대표는 “어제 의총은 비대위원·동료 의원들이 처음 만나 한나라당이 어디로 갈지 논의하는 자리가 되기를 기대했는데 미흡했다.”고 평가절하했다. 공천 문제만 논의함으로써 비대위 자체에 대한 비판은 기대 이하였다는 것이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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