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해 최초로 선보인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컬러 조각상’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아이디어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가 1일 입수한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선총련) 월간지 ‘조국’ 2월호는 작년 7월 문을 연 평양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 중앙홀에 김일성 주석의 ‘천연색 조각상’이 세워진 것은 김정은 제1위원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이 잡지에 따르면 김 제1위원장은 작년 6월 만수대창작사를 방문해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에 세워질 김일성 주석의 대리석 입상을 살펴보고는 “원래 주석님께서는 모자를 많이 쓰시지 않았다”며 “모자를 쓰시지 않은 상으로 하되 채색한 상으로 해보라”고 지시했다.

이 잡지는 “세계조각사에는 아직까지 천연색 조각이라는 종류가 없었으며 인물 조각, 그것도 존엄 높은 수령(김일성)의 조각상을 천연색으로 형상한다는 것은 그 누구도 생각해보지 못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조각가들은 김 제1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제작에 착수해 김 주석이 “금시라도 자기들 앞으로 걸어오실 것만 같은 환각을” 일으킬 만큼 김 주석의 모습을 생생히 재현한 컬러 조각상을 만들었다.

작년 10월 평양에 들어선 문수물놀이장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컬러 조각상이 세워진 것도 김정은 제1위원장이 구상한 것이라고 이 잡지가 전했다.

김 제1위원장이 지난해 9월 문수물놀이장 건설을 현지지도하며 김정일 위원장의 천연색 조각상을 중앙홀에 세우고 배경에는 강원도 원산의 명사십리 해변 사진을 두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당시 김 제1위원장은 “인민들이 기쁨과 즐거움 속에 장군님(김정일)을 함께 모시면 더 좋아할 것”이라며 “장군님께서도 인민들의 기뻐하는 모습을 보시며 웃으실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잡지는 또 김 제1위원장이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컬러 조각상을 만들 때 “생전의 모습 그대로 형상하라”고 지시했다며 이는 김 주석과 김 위원장의 ‘위대성’을 부각하기 위해 그동안 인물의 고유한 특징을 다소 무시해온 창작 관행을 “뒤집어 놓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김 주석과 김 위원장의 조각상에 색을 입히고 ‘생전 모습 그대로’를 강조한 것은 북한의 신세대를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일성 부자의 조각상을 의도적인 왜곡 없이 ‘컬러풀’하게 만든 것은 북한의 젊은 층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려는 시도로 보인다”며 “신세대에 속하는 김 제1위원장의 취향도 반영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