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로비‘ 이어 ’최순실 파문‘ 수습 맡아…盧정부 이어 DJ정부인사도 중용’
박근혜 대통령이 3일 한광옥(74) 국민대통합위원장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발탁한 것은 ‘최순실 파문’으로 사실상 마비 상태인 국정 컨트롤타워 기능의 조속한 복원을 위한 조치다.최 씨의 국정개입 의혹 사건으로 이원종 전임 비서실장을 포함한 참모 5명이 한꺼번에 사퇴한 이후 국정 공백 장기화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고 민심 수습을 위한 단계적 조치의 하나로 풀이된다.
특히 한 신임 비서실장으로서는 김대중(DJ) 정부 시절인 1999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발탁돼 당시 ‘옷 로비 사건’으로 불거진 여야 대치 정국을 수습한 경험이 있다. 이번이 두 번째 ‘구원등판’인 셈이다.
4선 의원을 지내고 대통령 비서실장 외에 대통령 직속 노사정위원장, 새천년민주당 대표최고위원, 대통합위 초대 위원장 등 당·정·청에서 풍부한 경륜을 쌓아 비상시국을 관리할 적임자라는 게 청와대 판단이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오랜 경륜과 다양한 경험은 물론 평생 신념으로 살아온 화해와 포용의 가치를 바탕으로 어려운 시기에 대통령을 국민적 시각에서 보좌하면서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에게 권한을 대폭 이양해 사실상 이원집정부제로 내각을 운용할 계획이어서, 청와대의 경우 안정과 관리를 해나가는 데 방점을 둔 인사로 보인다.
아울러 호남 출신으로 한때 동교동계 핵심으로 통했던 한 비서실장의 발탁은 참여정부 출신인 김병준 내정자의 총리 지명과 함께 야권을 배려한 인사라는 해석도 있다. 김 내정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 정책실장과 교육부총리를 역임한 바 있다.
한 비서실장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박 대통령의 향후 국정 수습 행보에 민심을 전달하고 정치적 조언을 하는 등 적지 않은 힘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이 모두 떠난 상황에서 과거 비서실장들과는 달리 박 대통령에게 수시로 대면 보고하는 채널을 구축하게 될 것이라고 청와대 인사들의 전언이다.
다만 야권이 한 비서실장 인선에 대해 “코스프레 인사, 허수아비 실장”이라며 “부도난 회사에 퇴직자를 불렀다”는 식으로 평가절하하고 있어 향후 한 비서실장의 행보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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