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면담하기로…김종인·손학규 등과 ‘다자·연쇄 회동’ 전망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반 전 총장 측과 정치권 인사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반 전 총장은 지난해 11월께부터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 귀국 이후 회동하자는 의견을 주고받았다.
정 전 의장은 개헌론자인 데다 계파 패권주의 배격을 주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반 전 총장과 접점이 많다고 주변 인사들은 평가했다.
정 전 의장 측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구체적인 일정이 잡힌 것은 없다”면서도 “만나기는 분명히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이 정 전 의장과 만난다면 ‘독대’보다는 다자 회동, 또는 연쇄 회동이 될 가능성이 크다.
회동 대상에는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야권 인사는 “정 전 의장 등은 일관되게 반 전 총장과의 다자 접촉을 생각해 왔다”며 “어떤 형태가 될지는 반 전 총장 귀국 이후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이 대권 레이스에 뛰어들면서 제3지대에 둥지를 튼다면, 이는 그동안 제기돼 온 ‘신당 창당설’과 배치되는 행보다.
새누리당이나 개혁보수신당(가칭), 또는 국민의당 등 기성 정당과 당분간 거리를 둘 것이라는 의미도 된다.
국민의당 박지원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반 전 총장과의 ‘뉴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을 거론했지만, 박 전 위원장은 접촉 대상에서 ‘후순위’라고 한다.
반 전 총장을 돕는 한 정치권 인사는 “박 위원장의 발언은 국민의당 몸값을 높이려는 의도로 해석된다”며 “우리는 우리 페이스로 가면 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인명진 비대위원장도 반 전 총장 영입에 적극적인 의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 위원장은 전날 충청권 의원들과 면담하면서 반 전 총장에 대해 “훌륭한 분이지만, 검증도 받아야 한다”며 “당 쇄신에 성공하면 우리를 찾아올 것”이라고 했다.
최근 서청원·최경환 등 친박(친박근혜)계 핵심을 축출하기 위한 ‘인적 쇄신’이 사실상 반 전 총장이 착근하기 위한 환경 조성 차원이라는 뜻으로 읽힌다.
한 전직 여당 의원은 “친박 핵심이 제거된 새누리당과 신당이 손을 잡고 제3지대와 야권 일부가 참여한 ‘빅텐트’에 반 전 총장이 들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당은 이날 창당발기인으로 정태익 한국외교협회 명예회장을 영입했다. 충북 청주 출생인 정 명예회장은 외교관 출신이다. 김무성 의원 측근이 그를 섭외했다.
반 전 총장 측은 정치적 경륜과 국내 사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시각을 불식시키면서 ‘준비된 대선 후보’라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오준 전 주(駐)유엔 대사는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유엔에서의 10년 경험이 국내하고 무관한 게 아니냐는 건 잘못된 시각”이라고 지적했다.
오 전 대사는 특히 “이 시점에서는 ‘안정과 통합’의 리더십이 우리에게 필요하다”며 반 전 총장에게 차기 대통령의 자질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