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소통·통합’ 5시간 마라톤 출마선언…“저의 계절이 돌아왔다”
“그동안 문재인 전 대표와의 관계 탓에 말문이 트이지 않았다. 이제는 저의 계절이 돌아왔다.”야권의 대선주자인 안희정 충남지사가 22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굿씨어터에서 ‘전무후무 즉문즉답’이라는 제목으로 공식 출마선언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대권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그동안 안 지사에 대해 ‘페이스 메이커’, ‘차차기 도전’ 등의 평가도 많았지만 이날 행사장에서 자신을 ‘통합을 이룰 유일한 대안’이라고 소개하면서 도전의지를 부각했다.
안 지사는 정장이 아닌 폴라티 차림으로 행사장에 나와 ‘젊음’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고, 자리에는 랩톱 컴퓨터 3대를 설치해 인터넷 중계를 시청하는 3천여명과도 실시간으로 대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점심도 ‘88만원 세대’의 상징으로 알려진 ‘컵밥’으로 해결하기도 했다.
특히 그동안 안 지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라는 같은 뿌리를 둔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해 비판을 삼갔지만, 이날은 작심한 듯 문 전 대표를 향해 포문을 열었다.
그는 “제가 그동안 말이 어눌했다. 제 말문이 트이지 않은 이유는 문 전 대표와의 관계 때문”이라며 “때릴(공격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문 전 후보 얘기를 안하니 ‘차차기에 도전하는 거냐’는 말이 나와 얘기를 잘 못하겠더라”라고 했다.
이어 “그러나 이제는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고 다음 정부를 어떤 사람에게 맡겨서 어떤 한국으로 나갈지 묻기 시작했다. 비로소 저의 계절이 돌아왔다”고 했다.
그는 문 전 대표가 적폐청산을 강조하는 것에 대해 “문 전 대표도, 여타 후보도 자꾸 과거 문제, 이미 청산이 끝난 문제를 극복하겠다고 공약을 낸다”고 비판했다.
안 지사는 “해체 수준에 이른 정부를 무슨 청산을 하느냐”며 “버티는 박 대통령이 신기할 뿐, 박근혜 정부는 이미 끝난 정부”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문 전 대표는 청와대를 세종로로 옮긴다고 하는데, 그걸 대안이라고 말했다면 너무 낮은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안 지사는 “제가 새로운 민주주의 작동원리를 강조하고 있는 유일한 대선후보”라며 차별화를 강조했다.
안 지사는 또 “저는 민주당의 적자다. 제가 (대통령을) 하는 것이 순리”, “안희정을 뽑으면 고생이겠다 싶겠지만, 이는 위기를 극복할 유일한 길”이라고 얘기하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각종 정책에 대해서는 ‘우클릭’하는 것 아니냐는 송곳 질문도 이어졌지만, 중도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다른 주자들과 차별화된 면모를 보였다.
그는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영장 기각에 대해서는 “무조건 구속시키는 것이 법 정의를 지키는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이는 관(官) 주도의 옛날 방식 법감정”이라고 했다.
이어 “로비의 영향으로 판사가 판단을 내렸다고 예단할 근거도 없다”며 “이를 두고 제가 재벌과 삼성을 편애한다는 식으로 해석하는 것은 지나치다. 재벌개혁 의지를 의심하지 말아달라”고 덧붙였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에 대해서도 “뭐가 외교안보상 이익인가가 중요하다. ‘찬성은 미국편, 반대는 중국편’ 이런 논리로 가면 ‘폭망’한다”며 “저는 다음 정부를 이끌 대통령 후보로 무겁게 처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서도 “모든 인권은 조건없이 수호해야 할 가치”라고 평가했고, 노 전 대통령의 이라크 파병에 대해서도 “일반적인 진보주의자는 이해할 수 없겠지만, 5천만 국민에 도움이 된다면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옹호했다.
다른 대선주자들이 ‘포퓰리즘’ 논란에 휩싸인 것에도 “국민의 희생과 의무는 얘기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더 좋은 세상을 내가 만들어주겠다’고 얘기한다. 그런 민주주의의 결과는 배신뿐”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이어 “민심 선거로 인기를 몰아 한탕을 하고 집에 가는 분들이 많으니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광장에 나온다”며 “정치인으로 자괴감이 들었다”고 했다.
‘촛불민심’을 이어받겠다는 의지도 동시에 피력했다.
안 지사는 세월호 희생자 추모 배지를 달고 나와 “저는 어떤 불법행위도 없던 일로 덮어주자고 얘기한 적은 없다. 저는 가장 적극적인 과거청산형 지도자”라며 “새로운 대한민국은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 같은 반민주적인 정치는 발을 못 붙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저는 세월호 선장처럼 배를 버리고 도망가지 않겠다. 많은 지도자들이 호란, 왜란 때 백성을 버리고 도망쳤지만 저는 국민 여러분을 버리지 않겠다”고 했다.
행사장에는 부인 민주원 씨와 두 아들을 비롯해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 여택수 전 청와대 행정관 등 ‘안희정의 사람들’ 모습을 드러냈으며, 취재진과 일반 시민들까지 360석을 가득 채웠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