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민주노총 ‘경사노위 합류 여부’ 분수령
문재인 대통령이 설 연휴를 1주일 앞두고 경제·민생 행보를 가속할 것으로 보인다. 고용과 물가 등 살림살이 지표가 명절 ‘밥상머리 민심’에 직결되는 만큼, 연초부터 이어온 기업인과의 만남 등 관련 일정을 계속함과 동시에 산적한 노동계 이슈를 사회적 대화의 틀로 풀기 위한 노력도 계속할 계획이다.분기점은 28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정기 대의원 대회가 될 전망이다. 여기에서 민주노총은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참여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지난해 11월 출범한 경사노위는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를 반대하는 민주노총의 참여 거부로 개문발차한 상태다.
문 대통령은 앞서 25일 민주노총·한국노총 위원장과의 비공개 회동에서 “최저임금, 노동시간, 노동안전 등 분야에서 노동권의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사회적 인식”이라면서도 “그렇다고 정부가 이를 일방적으로 추진할 수는 없다”며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합류를 요청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과 노동계 양대 수장과의 전격 회동을 계기로 경사노위 논의가 탄력을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부 언론은 이날 만남에 대해 정부와 노동계가 대립했다는 취지로 보도했지만, 이보다는 사회적 대화의 틀을 갖추기 위해 허심탄회한 소통을 한 것이라는 해석이 타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는 촛불 혁명 과정과 이후 대선 국면에서 문 대통령의 주요 지지층이었지만, 집권 이후 주요 노동 이슈에서 이견을 노출하며 파열음이 커졌다. 청와대가 사회적 대화의 틀 속에 노동계를 어떻게 품어 안을지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이날 회동이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으로 하여금 노사정위 참여를 반대하는 내부 반발 여론을 설득할 계기를 준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그러나 양대 노총 위원장이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등은 물론 제주 영리병원 민영화 중단, 카풀 문제,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 이슈 등 외곽 현안까지 들고 나오면서 정부 입지를 좁히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여기에 한국노총 역시 경영계가 요구하는 대체근로 허용 등에 반발하며 지난 25일 사회적 대화 중단 가능성까지 시사하고 나서 분위기는 여의치 않다.
청와대 관계자는 “다음 주에도 대통령 메시지는 경제·민생 분야 성과를 내야 한다는 데 방점이 찍힐 것”이라며 “문 대통령은 연초부터 대기업·중견기업은 물론 중소·벤처기업까지 쉴 새 없이 만났다. 설 전까지 청와대의 기업 상대 소통행보는 계속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경사노위 등 노동계와 대화 분위기 진작 역시 설 연휴 민심을 녹이기 위한 주요 관문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