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올해 한국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총리 담화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핵심 내용이 빠진 채 15년 전 무라야마(村山) 담화를 되풀이하는 데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는 4일 임시 국회 예산위원회에서 “병합 100년과 관련한 담화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답변한 데 이어 다시 한번 담화 발표를 검토한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이에 따라 일본 언론은 5일 일본 정부가 한국병합 100년과 관련된 담화를 발표할 것이라는 기사를 앞다퉈 내보내며 내용이나 발표 시기 등을 점치고 있다.
아사히신문과 산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이번 총리 담화 내용은 1995년 무라야마 담화의 범위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산케이신문은 “자민당 정권을 포함한 역대 정권의 총리가 무라야마 담화의 계승을 밝혀온 만큼 무라야마 담화 수준을 벗어나지 않을 경우 비판을 피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렸다”고 분석했다.
무라야마 담화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50주년인 1995년 8월15일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총리가 “식민지 지배와 침략으로 많은 나라,특히 아시아 여러 나라의 여러분에게 큰 손해와 고통을 주었다”며 “통절한 반성의 뜻을 표하며 진심으로 사죄의 마음을 표명한다”고 발표한 것을 가리킨다.
당시 이 담화는 일본 정부가 과거 침략과 식민지 지배에 대해 표명한 가장 진일보한 내용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다른 한편으로는 “결과적으로 고통을 줬다”는 것만 강조했을 뿐 식민지 병합 과정의 강제성 등을 분명하게 인정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한국의 경우 ‘대한제국과 일본 양국이 대등한 관계에서 병합조약을 체결했다’는 외무성 등 정부 관료들의 견해를 넘어서지 못했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의 이런 입장은 한일 국교정상화의 근거가 된 1965년 한일기본조약에 대한 해석상의 차이로도 연결돼 논란을 증폭시켰다.‘1910년 8월22일 및 그 이전에 대한제국과 대 일본제국 간에 체결된 모든 조약 및 협정이 이미 무효임을 확인한다’는 한일기본조약 2조를 두고 한국이 ‘이미 무효’라는 부분을 ‘병합조약 체결 당시부터 무효’라고 해석한 반면,일본은 ‘원래는 유효하게 체결됐지만 한국의 독립으로 무효가 됐다’고 달리 풀이한 것.이 해석의 차이는 독도 영유권 문제로까지 연결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 때문에 한일 양국의 양심적인 지식인들은 지난 5월10일과 지난달 28일 두차례에 걸쳐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은 한국병합조약이 원천 무효라는 점을 인정하고,병합 100년이 되는 올해 8월29일에 이를 총리 담화에 담아 발표하라”고 요구했다.하지만 지금까지 일본 언론의 보도 내용만 보면 이번에도 병합 조약의 강제성에 대해서는 얼버무리고,“결과적으로 고통을 안겨서 미안하다”는 말을 되풀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이다.
발표 시기를 병합조약 체결일인 22일이나 공포일인 29일을 피해 2차 대전 종전 65주년인 15일이나 그 이전으로 앞당기려는 것도 어떻게든 올해 총리 담화를 발표하는 의미를 희석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전망이다.이런 와중에 일본 언론은 엉뚱하게도 총리 사과 담화가 개인 보상 요구로 이어지지 않겠느냐는 ‘보상 논란’으로 몰고 가려는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와다 하루키(和田春樹) 도쿄대 명예교수는 “일한(한일)기본조약 2조에 대한 한국측 해석,즉 병합조약이 원천 무효라는 주장을 일본이 받아들이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웠다”면서도 “일본 정부가 언론에는 ‘무라야마 담화의 범위에서 발표한다’고 하더라도 실제로는 ‘조약 체결이 강제됐다’는 문구를 포함할 가능성은 없지 않다”고 기대를 놓지 않았다.
일본은 이번 총리 담화에 병합조약이 강제됐다거나 원천 무효라는 입장까지는 담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한국에 대해 어떤 고통과 손해를 안겼는지를 구체적으로 표명할 것으로는 기대된다.
총리 담화 발표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진 센고쿠 요시토(仙谷由人) 관방장관은 4일 기자회견에서 “일한(한일)병합에 의한 식민지 지배의 가혹함은 언어와 문화를 빼앗았으며,토지를 빼앗은 실태도 있기 때문에 이를 직시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무라야마 담화를 구체화한 내용이 담길 것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일본이 한국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과거 침략과 식민지 지배를 철저히 반성하고 미래를 지향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아니면 그저 ‘한국용 무라야마 담화’를 발표하고 한번 더 고개를 숙이는데 그칠까.빠르면 다음주에 발표될 총리 담화의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합뉴스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는 4일 임시 국회 예산위원회에서 “병합 100년과 관련한 담화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답변한 데 이어 다시 한번 담화 발표를 검토한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이에 따라 일본 언론은 5일 일본 정부가 한국병합 100년과 관련된 담화를 발표할 것이라는 기사를 앞다퉈 내보내며 내용이나 발표 시기 등을 점치고 있다.
아사히신문과 산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이번 총리 담화 내용은 1995년 무라야마 담화의 범위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산케이신문은 “자민당 정권을 포함한 역대 정권의 총리가 무라야마 담화의 계승을 밝혀온 만큼 무라야마 담화 수준을 벗어나지 않을 경우 비판을 피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렸다”고 분석했다.
무라야마 담화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50주년인 1995년 8월15일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총리가 “식민지 지배와 침략으로 많은 나라,특히 아시아 여러 나라의 여러분에게 큰 손해와 고통을 주었다”며 “통절한 반성의 뜻을 표하며 진심으로 사죄의 마음을 표명한다”고 발표한 것을 가리킨다.
당시 이 담화는 일본 정부가 과거 침략과 식민지 지배에 대해 표명한 가장 진일보한 내용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다른 한편으로는 “결과적으로 고통을 줬다”는 것만 강조했을 뿐 식민지 병합 과정의 강제성 등을 분명하게 인정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한국의 경우 ‘대한제국과 일본 양국이 대등한 관계에서 병합조약을 체결했다’는 외무성 등 정부 관료들의 견해를 넘어서지 못했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의 이런 입장은 한일 국교정상화의 근거가 된 1965년 한일기본조약에 대한 해석상의 차이로도 연결돼 논란을 증폭시켰다.‘1910년 8월22일 및 그 이전에 대한제국과 대 일본제국 간에 체결된 모든 조약 및 협정이 이미 무효임을 확인한다’는 한일기본조약 2조를 두고 한국이 ‘이미 무효’라는 부분을 ‘병합조약 체결 당시부터 무효’라고 해석한 반면,일본은 ‘원래는 유효하게 체결됐지만 한국의 독립으로 무효가 됐다’고 달리 풀이한 것.이 해석의 차이는 독도 영유권 문제로까지 연결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 때문에 한일 양국의 양심적인 지식인들은 지난 5월10일과 지난달 28일 두차례에 걸쳐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은 한국병합조약이 원천 무효라는 점을 인정하고,병합 100년이 되는 올해 8월29일에 이를 총리 담화에 담아 발표하라”고 요구했다.하지만 지금까지 일본 언론의 보도 내용만 보면 이번에도 병합 조약의 강제성에 대해서는 얼버무리고,“결과적으로 고통을 안겨서 미안하다”는 말을 되풀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이다.
발표 시기를 병합조약 체결일인 22일이나 공포일인 29일을 피해 2차 대전 종전 65주년인 15일이나 그 이전으로 앞당기려는 것도 어떻게든 올해 총리 담화를 발표하는 의미를 희석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전망이다.이런 와중에 일본 언론은 엉뚱하게도 총리 사과 담화가 개인 보상 요구로 이어지지 않겠느냐는 ‘보상 논란’으로 몰고 가려는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와다 하루키(和田春樹) 도쿄대 명예교수는 “일한(한일)기본조약 2조에 대한 한국측 해석,즉 병합조약이 원천 무효라는 주장을 일본이 받아들이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웠다”면서도 “일본 정부가 언론에는 ‘무라야마 담화의 범위에서 발표한다’고 하더라도 실제로는 ‘조약 체결이 강제됐다’는 문구를 포함할 가능성은 없지 않다”고 기대를 놓지 않았다.
일본은 이번 총리 담화에 병합조약이 강제됐다거나 원천 무효라는 입장까지는 담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한국에 대해 어떤 고통과 손해를 안겼는지를 구체적으로 표명할 것으로는 기대된다.
총리 담화 발표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진 센고쿠 요시토(仙谷由人) 관방장관은 4일 기자회견에서 “일한(한일)병합에 의한 식민지 지배의 가혹함은 언어와 문화를 빼앗았으며,토지를 빼앗은 실태도 있기 때문에 이를 직시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무라야마 담화를 구체화한 내용이 담길 것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일본이 한국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과거 침략과 식민지 지배를 철저히 반성하고 미래를 지향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아니면 그저 ‘한국용 무라야마 담화’를 발표하고 한번 더 고개를 숙이는데 그칠까.빠르면 다음주에 발표될 총리 담화의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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