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화의 리더십’…성장·분배 균형 주도
“‘질주하는 코끼리’(인도를 상징) 뒤에 그가 있다.” 푸른 터번에 흰 수염과 구레나룻이 ‘트레이드 마크’인 만모한 싱(78) 총리는 부상하는 인도를 향한 세계 각국의 ‘러브콜’ 속에 상종가를 누리고 있다. 재무장관으로서 1991년 시장경제체제 본격화와 대외개방 확대를 축으로 하는 신경제정책을 도입, 경제를 개혁시킨 주역인 데다 총리로서도 인도의 고속성장을 이끌고 있다.
AP=연합뉴스
만모한 싱 인도 총리
AP=연합뉴스
AP=연합뉴스
●2004년 이후 6~9% 고속성장 달성
그는 첫번째 총리 재임 시절(2004~2009년) 9%가 넘는 평균 경제성장률을 달성해 ‘잠자는 코끼리’를 깨워냈다는 평을 받았다. 세계 금융위기의 파고 속에서도 6.7%(2008~2009년), 7.4%(2009~2010년)의 고속성장을 달성하며 연임에 성공했다.
성장 중시 정책 속에서도 그는 농촌 및 저소득층을 배려하는 균형 잡힌 분배정책으로 국내 지지기반을 넓혔다. 대외적으로 시장경제와 친미 정책을 취하면서도, 제3세계 등 비동맹권 관계도 소홀히 하지 않는 균형외교로 인도의 위상을 높였다.

●정책 예측성 높여 외자 유치 촉진
의견 수렴과 이해당사자들 간의 조정에 무게를 두면서 정책을 걸러내고 숙성시켜온 그의 인내와 조화의 리더십은 성공의 바탕이 되고 있다. 정책을 채택하기 전에 입안된 정책 구상을 공개해 몇달 이상 여론 수렴을 거친다. 결정은 더디지만 충분한 여론 수렴 과정을 거치는 탓에 시행된 정책이 뒷걸음질치거나 후유증을 겪는 예는 적다. 정책의 예측 가능성도 높아져 외국 투자도 촉진됐다.
이 같은 그의 ‘조용한 조화의 리더십’은 소련식 계획경제의 늪에 빠져 있던 인도경제의 체질을 변화시켜 ‘질주하는 코끼리’로 변모시켰다는 평을 얻었다. 환율전쟁 속에서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감수하며 루피화 절상을 용인해 해외 투자 유입 확대라는 실리를 취한 것도 그의 스타일을 보여준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최근 “싱 총리가 말하면 다른 나라 모든 지도자들이 귀를 기울인다.”고 평가한 바 있다.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2010-11-03 5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