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응 수위따라 한반도 일촉즉발 위기조성
우리 군이 20일 오전 연평도 사격훈련을 예정대로 실시하겠다고 공식 발표하면서 한반도 정세가 ‘강(强) 대 강(强)’의 군사적 대결국면으로 급전환되고 있다.이번 훈련은 특히 북한이 ‘예상(상상)할 수 없는 타격’을 경고하고,이에 맞서 한미 양국이 강력한 응징 방침을 천명한 가운데 강행되는 것이어서 북한의 실제적 대응 여하에 따라 상황이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 한반도 정세를 긴급의제로 채택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논의도 무산되면서 한반도 외교지형이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新) 냉전구도로 재편되고 있는 흐름이다.
우리 군의 이번 해상사격훈련 결정은 북한의 거듭된 도발과 위협에 결코 굴복할 수 없다는 통치권 차원의 강력한 의지가 담긴 조치로 풀이되고 있다.
현 시점에서 ‘자위권 차원의 통상적 훈련’을 취소할 경우 스스로 주권국가로서의 핵심권리를 포기하는 상황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제2,제3의 연평도 사태가 되풀이될 것이라는 비상한 상황인식이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로서는 이번 사격훈련이 한반도의 긴장수위를 높이고 군사적 대치를 가속화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면서도 강력한 대북 억지력 확보 차원에서 ‘피할 수 없는 선택’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유엔 안보리 논의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우리 군이 이날 오전 사격계획을 발표한 것은 더이상 ‘탁상공론’식의 외교적 해법에 기대지 않고 ‘정공법’에 따라 상황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의 이 같은 사격훈련 실시에 따라 앞으로의 한반도 정세는 전적으로 북한의 대응 향배에 의해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상황전개에 따라서는 연평도 주변의 국지전은 물론 전면전으로 이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현실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일단 북한은 이미 ‘자위적 타격’을 공개적으로 천명해왔다는 점에서 어떤 형태로든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게 정부 주변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지난달 23일 연평도 포격도발과 같은 방식으로 대응할 것으로 예견되고 있으나 예상을 뒤엎고 ‘육지 도발’을 시도하는 성동격서식 대응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북한이 대응포격에 나설 경우 일회적 상황으로 종료되지 않고 미군의 즉각적 개입을 부르며 ‘확전(擴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제임스 카트라이트 미 합참부의장은 지난주 공개석상에서 “북한이 공격적인 반응을 보일 경우 ‘연쇄 반응(chain reaction)’이 일어날 수 있다”고 밝혀,북한이 타격을 가할 경우 강력한 응징에 나서겠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나 북한이 우리 군의 사격훈련에 대해 실제로 맞대응에 나서지 않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치적 후원자인 중국이 한반도 긴장행위 자제를 강력히 주문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북한으로서는 섣불리 군사행동에 나서기 어렵다는 시각이 나온다.
또 미군의 개입 가능성이 높은 현 국면에서 2012년 강성대국 건설을 목표로 경제난 수습과 후계구도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는 북한 김정일 위원장이 무리한 ‘도박’을 감행하기 어려울 것이란 얘기다.
이런 정세흐름 속에서 한반도 문제에 대해 외교적 해법을 꾀하고 대화국면으로의 전환을 꾀하려는 관련국들의 움직임은 다시금 ‘대결국면’으로 회귀하게 됐다.
이번 사격훈련 계획을 계기로 한.미.일 주도의 대북 압박공조가 더욱 강화되고 이에 맞서 북.중.러간의 결속 흐름이 조성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19일(이하 현지시간) 한반도 긴장 고조와 관련해 긴급회의를 소집했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의장 성명 채택을 비롯한 어떤 합의도 이루지 못한 채 무산된 것은 한반도 주변의 외교적 대치를 정확히 보여주고 있다.
다만 한반도 상황이 최악의 국면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미.중을 중심으로 전략적 타협이 모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만은 없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세밑 한반도 기상도가 한치앞도 안보이는 안개국면에 빠져든 형국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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