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연평도 포격’ 악몽은 없다… 긴박했던 대치 상황
“쾅…쾅…쾅.”조용한 백령도에 북한의 포성이 처음 울린 것은 31일 낮 12시 15분이다. 하지만 북한은 이날 오전부터 서해 인근 NLL에서 포 사격훈련을 하겠다고 예고해 군 당국은 아침부터 긴박하게 움직였다.
합동참모본부는 북측에 NLL 이남으로 사격할 경우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통보했다. 백령도와 북한 장산곶의 거리가 17㎞에 불과해 북한 해안포와 방사포의 사거리 안에 있다는 점에서 북한이 작심하고 도발하면 자칫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과 같은 참사가 재현될 수 있었다.
오전 9시 30분부터는 북한 모든 해안포 진지에서의 병력 움직임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북한의 사격이 시작된 것은 발사를 예고한 지 4시간여 만인 낮 12시 15분이었다. 백령도 인근 장산곶부터 연평도 인근 대수압도까지 7개 지역의 해안포와 방사포가 일제히 불을 뿜었다. 북한은 이날 3시간 15분 동안 8차에 걸쳐 해안포와 122㎜ 방사포, 240㎜ 방사포 등 500여발을 일제히 발사했다. 북한이 NLL 북쪽 해상에 다수의 사격구역을 정해 놓고 포탄을 대량 발사하기는 처음이다.
우려했던 일은 현실이 됐다. 백령도 동북쪽 지역에서 북한 포탄 100여발이 최대 3.6㎞까지 NLL 남쪽을 침범해 떨어졌다. 우리 군도 즉각 K9 자주포 300여발로 대응사격을 시작했다. 대구기지에서 출동한 공군 F15K 전투기 2대는 북한 포탄이 백령도에 떨어지면 즉각 보복할 수 있게 합동정밀직격탄(JDAM)과 소형 정밀관통탄(SDB)을 장착하고 있었다.
군은 북한의 포격 유형 중 특이한 사항을 감지했다. 7개 해역에 쏟아진 포탄 500여발 가운데 유독 백령도 동북쪽 NLL 이남 지역에 100여발이 집중된 것이다. 해당 해역은 지난 27일 우리 해군이 엔진 고장으로 표류한 북한 어선 2척을 나포했던 곳이다. 유엔군 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는 이날 오후 2시 50분 북측에 통지문을 보내 사격 중지를 촉구하고 2시간 이내 장성급 회담을 할 용의가 있다고 통보했지만 북한은 답이 없었다. 북한의 포사격은 오후 3시 30분 종료됐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2014-04-01 3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