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신년사 이틀 뒤 軍통신선 이미 복원… ‘충돌방지’ 논의 급류

北 신년사 이틀 뒤 軍통신선 이미 복원… ‘충돌방지’ 논의 급류

박홍환 기자
입력 2018-01-09 23:00
수정 2018-01-09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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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당국회담 전망

北, 즉각 호응 ‘준비된 대응’
MDL 적대행위 중지도 협의

북한은 9일 고위급회담에서 우리 측이 제안한 적십자회담과 군사당국회담 가운데 군사당국회담에 대해서는 즉각적으로 호응했다. 이미 지난 3일 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복원하는 등 ‘준비된 대응’에 나선 성격이 짙다. 다양한 분야에서 접촉과 왕래, 교류와 협력을 활성화하는 데 남북이 합의한 만큼 적십자회담 등도 곧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

이날 남북은 고위급회담 공동보도문 제2항에서 ‘남과 북은 현 군사적 긴장상태를 해소해 나가야 한다는 데 견해를 같이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군사당국회담을 개최하기로 했다’고 적시했다. 군사당국회담은 지난해 7월 국방부가 ‘군사분계선(MDL) 지역에서의 적대행위 중지’를 위해 남북이 만나 논의하자며 제안한 것으로 그동안 북측은 아무런 호응이 없었는데 이날 전격적으로 호응한 것이다. 특히 북측은 우리 측이 군사당국회담을 위해 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복원하라고 당시 요청했던 것을 의식한 듯 이미 지난 3일 통신선을 회복했던 것으로 밝혀져 추가 제안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 군사당국회담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1일 신년사에서 “북남 사이의 첨예한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적 환경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을 때부터 어느 정도 성사 가능성이 예상돼 왔다. 돌이켜 보면 신년사 언급 이틀 만에 남북 통신선을 복원한 것이어서 북한이 매우 적극적으로 대응해 왔다는 사실을 직감할 수 있다.

군사당국회담에서는 우발적 충돌 방지와 MDL에서의 적대행위 중지 등 안건을 놓고 협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서해지구 6회선, 동해지구 3회선의 군 통신선도 신속히 복원될 전망이다. 서해지구 6회선 중 통행지원 3회선은 이미 회복됐고, 2008년 5월 중단된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한 3회선도 곧 복구될 것으로 보인다. 2010년 11월 산불로 훼손된 동해지구 군 통신선도 시급히 복원하는 방안이 논의될 수 있다. 북측은 군사회담에서 MDL 내 확성기 방송 중단 등을 강력히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남북은 우선 대령급 실무접촉부터 시작해 소장급 장성회담으로 확대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미 수십 차례 논의한 안건이어서 아예 시작부터 장성급회담을 개최할 수도 있다.

이날 군사당국회담 개최 합의는 노무현 정부 시절의 군사회담 개최 상황과 흡사하다는 점도 흥미롭다. 2004년 초 북측은 석 달 가까이 우리 측의 군사당국자회담 제안에 무응답으로 일관하다 장관급회담을 계기로 태도를 바꿨었다. 회담 직후 북측은 태도를 바꿔 “제1차 장성급군사회담을 개최하자”고 오히려 우리 측에 제안했고, 10여일 만에 금강산에서 장성급 군사회담이 열렸다.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높다. 당시 양측은 국방장관회담 1차례, 장성급회담 7차례, 실무회담 18차례를 지속하면서 ‘서해상에서의 우발적 충돌 방지와 MDL 지역에서의 선전활동 중지’ 등 각종 현안을 논의했다. 특히 MDL 지역에서의 선전활동 중지 및 선전수단 제거는 70% 가까이 실행에 옮기기도 했다.

박홍환 선임기자 stinger@seoul.co.kr
2018-01-1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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