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주적’ 표기 부활 물건너가나

‘북한=주적’ 표기 부활 물건너가나

입력 2010-09-20 00:00
수정 2010-09-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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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010 국방백서’에 ‘북한=주적’ 표현를 명기하지 않기로 가닥을 잡은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일 국방부에 따르면 오는 10월 발간 예정인 새 국방백서 초안에 ‘북한=주적’이라는 표현이 들어가지 않았고 북한의 위협은 예년 수준으로 기술됐다.

천안함 피격사건을 계기로 대북 강경론이 득세하면서 정부가 주적개념의 명문화를 검토할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이는 쌀지원과 이산가족 상봉을 비롯한 남북간 인도적 협력이 논의되고 남북 군사실무회담 개최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한반도 정세가 지난 5월20일 민.군 합동조사단의 천안함 피격사건 조사결과 직후와는 달라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합조단의 조사결과 발표 직후인 지난 5월25일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국민원로회의를 주재, “지난 10년 동안 주적 개념을 정립하지 못했다. 그간 ‘발밑의 위협’을 간과하고 한반도 바깥의 잠재적 위협에만 치중했다”고 말했다.

당시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대통령이) 주적 개념이 확립되지 못했다고 한 만큼 실무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며 “하반기 국방백서에 주적의 개념을 어떻게 확립시킬지 실무선에서 검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에서 흘러나온 이런 발언은 주적 개념의 부활로 받아들여졌고 주적 개념을 국방백서의 어느 부분에서 어떤 표현으로 넣느냐는 기술적인 문제만 남은 것으로 인식됐다.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천안함 의장성명 채택과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 발표를 거치면서 대북 압박기조가 이어졌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천안함 출구전략’에 대한 논의도 병행됐다.

대결구도만으로는 북한 핵문제 등 한반도를 둘러싼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최근 들어 중국은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남북한과 일본, 미국 등 당사국을 접촉했으며 북한은 남한에 인도적 지원을 요청하고 이산가족 상봉을 제안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을 자극하는 주적개념의 부활은 우리 정부로서는 부담스러운 선택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6월 “우리에 대한 ‘주적개념’의 공식 명문화는 곧 북침전쟁 도발기도의 명문화”라며 강하게 반발했었다.

특정 국가를 주적으로 명기하는 것은 다른 나라에선 그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고 북한을 주적으로 낙인 찍게 되면 중장기적으로 남북 협력관계를 구축하는데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주적’ 표현은 지난 1994년 제8차 실무 남북접촉에서 나온 북측 박영수 대표의 ‘서울 불바다’ 발언 여파로 1995년 국방백서에서 처음 사용됐고 ‘참여정부’ 시절인 2004년 국방백서 이후 ‘직접적 군사위협’, ‘현존하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 등으로 대체됐다.

이번 정부 들어 발간된 2008년 국방백서에선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 핵ㆍ미사일 등 대량 살상무기의 개발과 증강, 군사력 전방 배치 등은 우리 안보에 직접적이고 심각한 위협이다”라는 표현이 들어갔다.

군 관계자는 “군은 이미 주적개념을 가지고 있다”며 “국방백서에 주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느냐는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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