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北 천안함 사과 가상 시나리오는

만약에… 北 천안함 사과 가상 시나리오는

입력 2010-09-24 00:00
수정 2010-09-24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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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비공 개사과’로 대화 물꼬…‘南 공표→北 묵인’ 수순 예상

북한은 과연 천안함 사건에 대해 사과를 할까.

최근 남북 간 대화 분위기가 꿈틀거리고 있지만 이 대목에선 선뜻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사과를 하려면 일단 ‘사실 인정’이 선행돼야 하는데 북한은 여전히 천안함 사건이 남한의 날조극이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국방부가 천안함 사건이 북한 소행이라는 최종 보고서를 내자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즉각 “용납 못할 엄중한 도발이자 모략 소동”이라고 발끈, 태도가 불변임을 드러냈다. 아무리 북한 정권이 비이성적인 집단이라도 자기들이 결백하다고 주장해온 사건에 대해 하루아침에 “사실은 우리가 저지른 일”이라고 안면을 바꾸기는 힘들어 보인다.

우리 정부 당국자들도 북한이 쉽게 입장을 바꿀 것으로 낙관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북한이 절대 사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가 그리고 있는 북한의 사과는 어떤 식일까.

정부 고위 당국자는 23일 “북한이 공개적으로 사과하는 게 어렵다면 비공개 남북 접촉이나 회담에서 사과의 뜻을 우리 측에 밝히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사과의 뜻을 우리가 남한 언론에 알리고 그것에 대해 북한이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사실상 사과한 것으로 간주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리하면 ‘북한 비공개 사과→남한 공표→북한 묵인’의 수순이다.

이렇게 되면 북한으로서는 공개적으로 자신들의 말을 뒤집는 모양새를 피함으로써 체면을 지킬 수 있게 된다. 남한으로서는 북한이 우리 정부의 공표를 반박하지 않은 점을 근거로 사과를 기정사실화하면서 본격적인 대화국면으로 전환할 수 있다. 물론 남한에서 ‘비공개 사과라도 좋다. 이제 그만 대화하자.’는 여론이 우세하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북한이 비공개적으로라도 사과하기는 힘들 것이란 반론도 많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북한의 입장이나 정책은 웬만해서는 잘 안 바뀐다.”고 말했다.

결국 관건은 북한의 경제사정이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을지에 달렸다는 시각도 있다. 한·미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정책이 효력을 발휘한다면 북한은 하릴없이 두 손을 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리 정부 당국자들은 판단하는 눈치다. 마침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은 최근 천안함 사건 사과와 대규모 대북 지원을 연계시키는 발언을 내놓고 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2010-09-24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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