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 리처드슨 밝혀… 핵 연료봉 해외반출 협상도 동의
북한이 유엔 핵 사찰단의 복귀를 허용하는 한편 핵 연료봉의 해외 반출에 대해서도 협상하기로 방북 중인 빌 리처드슨 미국 뉴멕시코 주지사와 합의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평양을 방문 중인 리처드슨 주지사는 20일 성명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4월 북한은 6자 회담 중단과 영변 핵시설 재가동을 선언하면서 IAEA 사찰단을 추방했다.또 그는 북한이 ▲우라늄 농축을 위한 핵 연료봉을 한국과 같은 제3자에 판매하는 것에 대한 협상과 ▲군사위원회 및 핫라인 구축 논의에도 동의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전날 리처드슨 지사는 박림수 북한 국방위원회 정책국장을 면담하고 군사위원회와 핫라인 구축 등을 제안한 바 있다.
앞서 리처드슨 주지사를 동행 취재한 울프 블리처 CNN 앵커는 핵 연료봉 반출 규모에 대해 1만 2000개라고 보도했다. 핵 연료봉은 농축 우라늄을 튜브에 넣어 둥근 막대 모양으로 만든 것으로 원자로에서 에너지를 생성하는 원료로 사용된다. 연료봉 1만 2000개는 핵탄두 6~8개를 만들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6일 닷새간의 일정으로 베이징을 통해 평양을 방문한 리처드슨 지사는 북한의 6자 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을 비롯해 리용호 외무성 부상, 박림수 정책국장 등 외무성과 군부의 주요 인사들을 만나 북핵 문제와 한반도 정세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개인자격으로 이뤄진 그의 방북은 북한의 우라늄 농축 위협과 연평도 포격사건 이후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김계관 부상이 직접 초청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조선(북한)을 방문하고 있는 미국 뉴멕시코 주지사가 김정일 동지께 선물을 드렸다.”면서 “리처드슨 지사가 오늘 김영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에게 선물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중앙통신의 이 같은 보도는 리처드슨 지사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면담하지 못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2010-12-2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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