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판 문체반정?

북한판 문체반정?

입력 2014-01-06 00:00
수정 2014-01-06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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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상물 유입 여파로 ‘했지 말입니다’ 등 유행하자 “요상한 말투 쓰지 말라” 지시

북한의 휴대전화 사용 인구가 200만명 이상으로 늘어나면서 주민들의 언어생활도 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이 평양 문화어의 ‘순결성’을 고수하자며 북한판 문체반정(文體反正)을 시도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북한은 최근 발행된 계간지 ‘문화어학습’에 ‘평양 문화어의 순결성을 고수해 나가자’라는 논문을 싣고 북한 주민들 사이에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요상한 말투’가 유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논문은 휴대전화를 사용할 때 여성들 사이에 ‘이상한’ 말투가 유행하고, 주민들이 인간관계의 상하 구분이 없는 말투를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어문잡지 문화어학습은 조선노동당의 언어 관련 정책이나 문법을 소개하는 계간지다.

휴대전화 이용자들의 ‘이색적인’ 말투의 실제 사례로 일부 여성들이 공공장소에서 휴대전화를 받으며 “여보쇼오~”라고 애교를 부리는 말투를 쓰고 있고, 구체적으로 이 말투에 대해 “매우 이상하게 말끝을 길게 꼬아 올린다”고 설명했다. 이어 “남에게 잘 보이거나 귀여움을 받으려고 일부러 애교 티를 내는 이런 말투는 외유내강한 조선 여성의 고상한 정신미, 아름다운 도덕적 풍모와는 거리가 멀다”면서 “여성들도 휴대전화를 받을 때 ‘여보시오!’ ‘여보세요!’와 같이 단정하고 힘차게 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논문은 또 ‘했지 말입니다’와 같은 말투가 가정이나 직장의 상하관계 구분을 흐린다고 비판했다. 낮춤(했지)으로 시작해 높임(말입니다)으로 끝나는 말투가 모순적이고 어법에도 맞지 않는다는 것으로 ‘하라마요’, ‘하두나요’와 같은 말투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북한 주민의 최근 언어생활은 드라마 등 한국의 영상물이 북한에서 유행하며 나온 현상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한국에서도 일상적으로 쓰는 ‘하네요’와 같은 말투도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쓰인다고 밝힌 논문은 “전달하는 뜻이 모호하고 남녀의 구별이 애매한, 우리 식이 아닌 말투”라며 “남의 말투나 끌어들이고 흉내 내는 풍조를 배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석 기자 ccto@seoul.co.kr
2014-01-06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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