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조 여전히 모호해…풍계리 핵실험장 움직임은 지속
북한의 4차 핵실험 징후가 계속되는 가운데 북한의 최고주권기관인 국방위가 4차 핵실험 위협을 언급해 주목된다.북한은 28일 밤 국방위원회 대변인 성명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한 당시 발언을 비난하면서 증폭핵분열탄 실험이나 새로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 가능성 등을 언급한 뒤 “굳이 사실을 말해달라고 하면 우리는 그 이상의 조치들도 취할 수 있다는 데 대해 부정하지 않는다”고 위협했다.
북한이 군사·외교 관련 최고 권력기구인 국방위를 통해 핵실험에 대해 직접 언급한 것은 상당히 무게 있는 입장 표명으로 받아들여진다.
지난달 30일 북한 외무성이 “새로운 형태의 핵실험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경고한 것이 고위 권력기구를 통해 더욱 구체적인 설명으로 재강조된 것이다.
특히 북한이 과거 핵실험을 감행하기 전에 국방위 성명 등을 통해 예고성 메시지를 보냈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일련의 ‘패턴’대로 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한과 한미정상회담에서 나온 대북 메시지에 크게 실망하면서 자연스레 위협 강화 수순에 들어갔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29일 “한미정상회담에서 인권문제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한 것이 북한에는 정권 붕괴 시도로 간주된다”며 “인권공세를 타개할 수단이 없다고 판단되면 조만간 핵실험이나 장거리로켓 발사를 강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북한이 기술적으로는 핵실험 준비를 이미 마쳤다고 평가하면서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러나 핵실험 감행에 필요한 정치적 결단을 내렸는지에 대해선 엇갈리는 관측이 계속 나온다.
이번 국방위 성명이 핵실험 가능성에 대해 ‘굳이 부정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다소 모호한 입장을 취한 것도 아직은 북한이 여러 가능성에 대한 여지를 남겨뒀다는 분석을 낳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국방위 성명에 대해 “어조를 봤을 때 핵실험 강행에 방점이 찍혔다기보다는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불만 표시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다른 소식통은 “북한이 이대로 갈 것인지, 돌아설 것인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김일성 생일을 비롯한 내부 정치 일정과 오바마 대통령 방한 등 그동안 손꼽혀온 핵실험 감행 시점을 지나 보낸 북한이 현 국면을 길게 가져갈 가능성도 고개를 들고 있다.
정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북한이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거명하는 것을 보면 (핵실험 국면을) 장기화하려는 의도를 암시한 것일 수도 있다”며 “8월 UFG가 끝날 때까지 이런 국면이 진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보당국의 한 관계자는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은 여전히 인력과 차량 움직임이 분주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