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분계선(MDL) 일대의 대북·대남 확성기 방송이 5월 1일 송출이 전면 중지되고, 잇따라 시설 철거에 대한 논의도 이어질 예정이어서 영구 철거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남북이 서로 겨냥한 확성기 방송은 60년 가까이 체제대결과 심리전의 한 수단으로 기능해왔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한국전쟁 휴전 이후 방송과 중단을 반복하다 2016년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을 기점으로 방송을 재개했다.
그러나 27일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이하 판문점 선언)에 따라 역사의 뒤안길로 영영 사라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판문점 선언은 “5월 1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 행위들을 중지하고 그 수단을 철폐하며…”라고 밝혀 언제 철거할 것이냐만 남은 셈이다.
이달 23일 남측은 선제적으로 방송 중단 조치를 했다. 이에 북측도 호응하면서 현재 상호 중단된 확성기 방송은, 남북 정상 간 합의에 따라 다음 달 1일부터 송출을 완전 중지토록 했다. 남북이 각각 40여 곳에서 운용해왔던 확성기 방송 시설은 5월 중 열릴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을 통해 그 철거 시기가 정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군의 한 관계자는 29일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논의해야 할 의제로 보인다”면서도 “그러나 양측이 판문점 선언에 따라 자발적으로 철거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확성기 방송은 냉전 시대 체제대결의 수단이자 심리전 도구로 활용돼왔다. 외부세계에 대한 정보가 차단된 접경지역의 북한 주민과 최전방부대 북한군 장병들에겐 ‘외부와 소통’하는 중요한 채널이자 일상정보 수집 수단으로도 유용했다는 얘기도 있다.
이 때문에 대북 확성기 방송에 얽힌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많았다고 군 관계자들은 전했다. 예컨대 다음날 비가 올 것 같으면 “인민군 여러분, 내일 빨래하지 마세요”라는 날씨 정보를 전달했다. 또 “오늘 오후에 비가 올 것 같으니 빨래 걷으세요”라고 하면 실제로 빨래를 걷었다고 전하는 군 관계자들도 있다. 확성기 방송으로 전해주는 날씨 정보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고출력의 확성기 방송의 가청거리가 심야시간대는 20여㎞에 달하기 때문에 우리 가요가 밤 시간대에 많이 송출됐다. 귀순한 북한 병사들은 하나같이 확성기 방송으로 송출된 남한 가요를 들었다고 진술했다. 지난해 말 국군심리전단이 김학용 국회 국방위원장에게 제출한 ‘대북 확성기를 통한 한국가요 현황’에 따르면 북한지역으로 남한 가요 100여 곡이 송출됐다. 이 중 가수 방미의 ‘날 보러와요’를 가장 많이 틀었다.
인순이의 ‘거위의 꿈’, 나훈아의 ‘부모’, 이적의 ‘걱정 말아요 그대’, 태진아의 ‘잘 살 거야’,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 등도 자주 들려줬다. 거미의 ‘You are my everything’, 소녀시대의 ‘힘내’와 ‘소원을 말해봐’, 슈퍼주니어의 ‘요리왕’(4회) 등 아이돌 곡도 자주 송출됐다. 거북이의 ‘비행기’, 양희은의 ‘네 꿈을 펼쳐라’, 벗님들의 ‘당신만이’ 등도 자주 전파되는 노래였다. 2016년에는 인기 가요였던 이애란의 ‘백세인생’도 북녘으로 송출됐다.
남북은 2004년 6월 4일 제2차 장성급 군사회담을 통해 ‘서해 우발충돌 방지와 군사분계선 일대 선전활동 중지’에 대해 합의한 이후 최전방의 대북 확성기 방송 시설을 철거했다. 그러나 2010년 3월 천안함 피격 사건 이후 MDL 일대에서 철거한 확성기 방송시설을 재구축했으며, 2015년 북한의 DMZ 지뢰 도발로 재개했다가 같은 해 중단했다. 이후 2016년 1월 북한의 제4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으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면 개시했다.
군은 1963년 5월 1일, 서해 쪽 MDL 일대에서 처음으로 대북 확성기 방송을 했다. 1962년 북한이 대남 확성기 방송을 시작한 데 대한 대응 조치였다.
남북이 이번 판문점 선언에 확성기 방송 중단 시점을 ‘5월 1일’로 합의한 것도 55년 전의 우리 군의 시작일과 공교롭게 겹친다. 중단과 재개를, 철거와 복구를 반복했던 확성기 방송의 역사가 이번 판문점 선언으로 완전히 끝날지 주목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대북확성기[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러나 27일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이하 판문점 선언)에 따라 역사의 뒤안길로 영영 사라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판문점 선언은 “5월 1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 행위들을 중지하고 그 수단을 철폐하며…”라고 밝혀 언제 철거할 것이냐만 남은 셈이다.
이달 23일 남측은 선제적으로 방송 중단 조치를 했다. 이에 북측도 호응하면서 현재 상호 중단된 확성기 방송은, 남북 정상 간 합의에 따라 다음 달 1일부터 송출을 완전 중지토록 했다. 남북이 각각 40여 곳에서 운용해왔던 확성기 방송 시설은 5월 중 열릴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을 통해 그 철거 시기가 정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군의 한 관계자는 29일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논의해야 할 의제로 보인다”면서도 “그러나 양측이 판문점 선언에 따라 자발적으로 철거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확성기 방송은 냉전 시대 체제대결의 수단이자 심리전 도구로 활용돼왔다. 외부세계에 대한 정보가 차단된 접경지역의 북한 주민과 최전방부대 북한군 장병들에겐 ‘외부와 소통’하는 중요한 채널이자 일상정보 수집 수단으로도 유용했다는 얘기도 있다.
이 때문에 대북 확성기 방송에 얽힌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많았다고 군 관계자들은 전했다. 예컨대 다음날 비가 올 것 같으면 “인민군 여러분, 내일 빨래하지 마세요”라는 날씨 정보를 전달했다. 또 “오늘 오후에 비가 올 것 같으니 빨래 걷으세요”라고 하면 실제로 빨래를 걷었다고 전하는 군 관계자들도 있다. 확성기 방송으로 전해주는 날씨 정보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고출력의 확성기 방송의 가청거리가 심야시간대는 20여㎞에 달하기 때문에 우리 가요가 밤 시간대에 많이 송출됐다. 귀순한 북한 병사들은 하나같이 확성기 방송으로 송출된 남한 가요를 들었다고 진술했다. 지난해 말 국군심리전단이 김학용 국회 국방위원장에게 제출한 ‘대북 확성기를 통한 한국가요 현황’에 따르면 북한지역으로 남한 가요 100여 곡이 송출됐다. 이 중 가수 방미의 ‘날 보러와요’를 가장 많이 틀었다.
인순이의 ‘거위의 꿈’, 나훈아의 ‘부모’, 이적의 ‘걱정 말아요 그대’, 태진아의 ‘잘 살 거야’,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 등도 자주 들려줬다. 거미의 ‘You are my everything’, 소녀시대의 ‘힘내’와 ‘소원을 말해봐’, 슈퍼주니어의 ‘요리왕’(4회) 등 아이돌 곡도 자주 송출됐다. 거북이의 ‘비행기’, 양희은의 ‘네 꿈을 펼쳐라’, 벗님들의 ‘당신만이’ 등도 자주 전파되는 노래였다. 2016년에는 인기 가요였던 이애란의 ‘백세인생’도 북녘으로 송출됐다.
남북은 2004년 6월 4일 제2차 장성급 군사회담을 통해 ‘서해 우발충돌 방지와 군사분계선 일대 선전활동 중지’에 대해 합의한 이후 최전방의 대북 확성기 방송 시설을 철거했다. 그러나 2010년 3월 천안함 피격 사건 이후 MDL 일대에서 철거한 확성기 방송시설을 재구축했으며, 2015년 북한의 DMZ 지뢰 도발로 재개했다가 같은 해 중단했다. 이후 2016년 1월 북한의 제4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으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면 개시했다.
군은 1963년 5월 1일, 서해 쪽 MDL 일대에서 처음으로 대북 확성기 방송을 했다. 1962년 북한이 대남 확성기 방송을 시작한 데 대한 대응 조치였다.
남북이 이번 판문점 선언에 확성기 방송 중단 시점을 ‘5월 1일’로 합의한 것도 55년 전의 우리 군의 시작일과 공교롭게 겹친다. 중단과 재개를, 철거와 복구를 반복했던 확성기 방송의 역사가 이번 판문점 선언으로 완전히 끝날지 주목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