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과 대북 식량 인도적 지원 논의할 듯, 북미대화 재개 물꼬?

비건과 대북 식량 인도적 지원 논의할 듯, 북미대화 재개 물꼬?

임병선 기자
입력 2019-05-04 09:32
수정 2019-05-04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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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 부족 타개가 절실한 북한은 최근 연일 로동신문 사설 등을 통해 농업 생산 독려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현지 지도에 나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KCNA 자료사진
식량 부족 타개가 절실한 북한은 최근 연일 로동신문 사설 등을 통해 농업 생산 독려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현지 지도에 나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KCNA 자료사진
대북 식량 인도적 지원이 교착 상태인 미북 대화의 물꼬를 트는 카드가 될까?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9∼10일 한국을 방문하는데 물론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교착 상태인 비핵화 협상 재개 방안을 논의하는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비핵화·남북관계 워킹그룹을 여는 것이 주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우리 정부는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인도적 지원 가능성을 타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는 2017년 9월 유니세프와 세계식량계획(WFP)의 대북 지원(모자보건·영양 지원) 사업에 800만 달러를 공여하는 방안을 의결했지만 제재 압박 때문에 집행하지 못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지금 일정한 인도적 문제에 대해 논의를 하고 있고, 솔직히 말하면 그 점은 괜찮다”고 양해할 뜻을 비쳤다.

여기에다 유엔이 북한의 식량 부족 사태에 인도적 개입이 시급하다는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정부의 스탠스가 바뀌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WFP는 현지조사 결과를 담은 ‘북한의 식량안보 평가‘ 보고서를 통해 올해 북한의 식량 생산이 10년 사이 최악이라며 “식량 생산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인도적 개입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곧바로 “같은 동포로서 인도적 차원에서 우려하고 있다”며 “북한의 인도적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부 차원의 대북 식량 지원 가능성이 언론 등에서 제기됐을 때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힌 것에서 많이 바뀌었다. 국제기구의 현지 실사를 통해 비교적 객관적으로 북한의 열악한 식량 사정이 파악됐기 때문이다.

두 기구가 지난 3월 29일부터 4월 12일까지 관련 분야 전문가 8명으로 구성된 조사단을 북한에 파견, 북한 당국이 제공한 자료, 현장 조사, 37개군 179개 가정을 인터뷰했다.

두 기구가 올해(2018년 11월∼2019년 10월) 북한의 식량 수요를 575만 5000t으로 예측하는 가운데 올해 생산량은 417만t에 그칠 것으로 전망돼 1589만 5000t이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수요를 충족하려면 158만 5000t을 수입해야 하는데 현재 계획된 수입량 20만t, 국제기구가 북한에 지원하기로 한 2만 1000t을 고려해도 136만 4000t이 부족하게 된다. 보고서는 북한 인구의 약 40%에 해당하는 1010만명의 식량이 부족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또 북한 인구의 70%가 의존하는 식량 배급량이 2018년 1인당 하루 380g에서 올해 300g으로 줄었으며, 일반적으로 배급량이 다른 계절보다 낮은 7∼9월에는 더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300g은 1∼4월 배급량 기준 역대 최저 수준이며, 올해 북한의 배급 목표 550g과도 상당한 차이가 있다.

지난해 북한의 식량 생산량은 490만t으로 추정되며 2008~09년 이후 10년 만에 가장 적었다. 장기간의 가뭄과 비정상적으로 높은 기온과 잦은 홍수, 농업 생산에 필요한 투입 요소의 제한 등이 지난해 가을 작황에 극심한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올해는 더 우려할 수준인 것으로 예상했다. 무엇보다 봄 작황이 지난해의 20%로 급감했다고 봤다. 여기에다 대다수가 밥과 김치로 끼니를 때우고 단백질 섭취는 일년에 몇 차례 밖에 안해 영양 불균형이 심각한 것으로 지적됐다. WFP는 심각한 영양 불균형을 보이는 77만명의 여성과 어린이들을 최우선 지원 대상으로 보고 있다.

보고서는 대북 제재 때문에 연료와 비료, 기계, 부품 등의 수입도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해 연료 공급량이 4만 502t으로 전년 대비 25% 줄었다.

FAO와 WFP의 현지 조사도 북한의 요청에 따라 이뤄졌을 정도로 북한도 식량난 타개가 절박한 상황이다. 자존심 강한 북한이지만 최근에는 외교 채널을 통해 적극적으로 식량 지원을 요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미 국내 정치권에서도 비교적 공감대가 이뤄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지난달 22일에는 여야 국회의원 70명이 ‘대북 인도적 지원 촉구 결의안’을 발의했다. 지난 1997년부터 북한에 식량과 비료, 의약품 등을 지원해온 국제구호단체 한국 JTS 이사장인 법륜스님이 북한의 초청을 받아 3일 중국을 통해 방북 길에 올라 옥수수 지원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비드 비즐리 WFP 사무총장 등 국제기구 수장들도 이달 중순 해외 원조 관련 행사 참석차 방한할 것으로 전해져 정부와 활발한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보인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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