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평가제 시범실시 결과 분석해보니
오는 3월 전국적으로 도입되는 교원능력개발평가제(교원평가제) 시범실시 결과, 동료 교사들끼리 후한 점수를 주는 ‘평가 인플레 현상’이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부모와 학생의 평가에서도 하급 학교일수록 점수가 후한 ‘쏠림 현상’이 드러났다.현재 교육과학기술부는 교원평가제 관련 법안인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할 경우에도 시도교육청 조례 개정을 통해 전국적인 교원평가제 실시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도입 논의가 시작된 지 10년째인 교원평가제 전면 실시를 앞두고 지난해 하반기 3164개교 등 5년 동안 시범실시를 해 왔기 때문에 시행에 문제가 없다고 교과부는 설명했다. 하지만 시범운영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공론화 절차 없이 강행할 경우 부실한 평가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 우려도 만만찮다.
본지가 11일 입수한 ‘2008년 교원평가제 선도학교 운영결과 분석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시범학교에서 실시한 동료교사 평가에서 ‘매우 우수’와 ‘우수’ 평가를 받은 비율은 초등학교 95.3%, 중학교 91.6%, 고등학교 90.8% 등으로 나타났다. ‘보통’·‘미흡’·‘매우 미흡’ 등의 평가를 받은 비율은 10.0%에도 못 미쳤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일단 점수를 잘 주면 상대방도 잘 주겠거니 생각하게 된다.”고 동료 교사에게 후한 점수를 준 이유를 설명했다. 또 다른 교사는 “동료 교원을 평가할 때 평소 수업 모습과 공개수업 시 모습을 종합해 평가하게 했는데, 다른 교사의 수업을 참관한 것도 아니어서 정확한 평가를 내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시범학교 교원들의 절반 이상이 평가 결과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도 나왔다. 교원 동료 간의 평가 결과를 신뢰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신뢰할 수 없다’는 응답이 52.1%로 나타난 것이다.
교사들에 비해 학부모와 학생들은 한층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학생을 대상으로 한 수업만족도 조사에서 ‘만족’ 이상의 비율은 초등학교 75.1%, 중학교 56.9%, 고등학교 57.2%로 나타났다. 자녀의 학교생활 만족도에 대한 학부모들의 평가도 ‘만족’ 이상이 초등학교 74.0%, 중학교 54.7%, 고등학교 49.7%에 머물렀다.
이 같은 수치만으로 초등학교 교사가 중·고교 교사보다 우수하다는 결론을 내리기에는 논리적 결함이 있다는 평가다. 그보다는 평가자의 성향과 연령에 따라 교사에 대한 평가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2010-01-12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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