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수능’ SAT 시험지 강남 강사가 유출

‘美수능’ SAT 시험지 강남 강사가 유출

입력 2010-01-18 00:00
수정 2010-01-18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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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수서경찰서는 18일 태국에서 SAT(Scholastic Aptitude Test)시험지를 빼돌려 미국에 유학 중인 고교생한테 이메일로 전송한 혐의(업무방해)로 서울 강남구 역삼동 E어학원 강사 김모(37)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1월24일 태국 방콕에서 SAT시험을 본 현지인 응시자를 매수해 문제지를 넘겨받고서 정답을 달아 미국 코네티컷주에서 시험을 보는 미국 고교생 김모(19)군과 이모(19)군에게 이메일로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에 해당하는 SAT는 미국 교육평가원(ETS) 주관으로 전 세계에서 같은 날 실시하지만,시차 때문에 태국 방콕에서는 미국 코네티컷주보다 12시간 먼저 치러진다.

 경찰 조사결과 김씨는 방콕 현지 시각으로 1월24일 오후 3시께 문제지를 건네받아 답을 달아 오후 5시30분께 미국으로 보냈고,김군 등은 코네티컷주 시간으로 1월24일 오전 5시30분께 문제지와 답을 확인하고서 시험을 치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김씨의 학원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태국에서 빼돌린 SAT 문제지 원본을 확보했으며 이메일 계정도 조사해 김 군 등에게 SAT문제지와 답을 보낸 사실을 파악했다.

 김씨는 SAT를 준비하는 학생과 학부모 사이에서 족집게 강사로 이름을 날렸으며 1회 강의에 280만~300만원의 고액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경찰에 “학원에서 학생들의 성적을 끌어올리라는 압박이 많았다”며 “내가 가르친 학생들의 성적이 오르지 않으면 해고될 것 같아 문제지를 빼돌렸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김군과 이군이 함께 수업을 받은 미국 유학생 10여명에게 김씨가 전해준 문제지와 답을 다시 전송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에게서 수업을 받은 학생들은 평소보다 50~100점 가량 성적이 올랐으며 2천400점이 만점인 SAT에서 2천390점을 받은 학생도 있었다.

 경찰은 미국 유학 중인 김군과 이군에게 출석을 통보했으며 이들이 입국하면 김씨에게서 받은 문제지를 다른 학생에게 전송했는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또 김씨가 학원과 공모해 범행을 저질렀을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E어학원 관계자를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강남의 학원들이 일상적으로 SAT 문제지를 빼돌린다는 첩보를 입수했다”며 “SAT를 강의하는 강남 학원들을 상대로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에는 서울 광진구의 한 외국인 학교에서 SAT에 응시한 대학생 2명이 감독관이 시험지를 나눠주는 순간 시험지를 들고 학교 밖으로 달아났다가 13시간 만에 붙잡히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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