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장 집단사퇴 배경·전망
서울시교육청이 최근 잇따라 터진 교원 비리와 관련, 지역교육장 총 사퇴라는 극약처방을 내린 것은 여론의 향배 등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점을 우선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특히 일개 직원이 아닌 초등학교 교장이 방과 후 수업을 미끼로 참여업체를 협박해 금품을 뜯어낸 혐의로 기소되자 시교육청 수뇌부가 느끼는 위기감은 극에 달했던 것으로 보인다.
교육감 권한대행인 김경회 부교육감이 4일 오전 간부회의에서 “최근의 상황을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비리에) 연루되지 않았다고 해도 지도·감독할 사람도 반성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린 것도 이런 맥락이다. 회의 뒤 시내 교육장 11명 전원과 고위직 6명 등 17명의 보직 사퇴로 이어졌고 김 부교육감은 사의를 반려하지 않을 뜻임을 분명히 했다.
이를 두고 김 부교육감은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는 뜻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책임을 물었다는 게 보다 더 정확하다. 일단 김 부교육감은 교체 대상을 절반 정도로 보고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폭이 훨씬 더 클 것으로 예상돼 3월 정기인사 때 대대적인 물갈이는 불가피해졌다.
이 같은 고강도 처방에도 불구하고 비리로 실추된 이미지를 씻어낼지는 의문이다. 교육계 안팍에서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는 게 시교육청으로서는 씁쓸한 대목이다.
이런 까닭에 간부 총사퇴라는 시교육청의 대응이 교육청과 각급 학교에서 시행되고 있는 학교자율화 조치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2008년 4월을 기해 교육과학기술부의 관리·감독 기능이 교육청과 각급 학교 현장으로 이양된 뒤 자율화의 성과가 도출되기도 전에 비리 사태가 불거지면서 이런 우려가 생겼다는 것이다.
학교 자율화 조치에 따라 각급 학교로 이양된 교육청의 권한에는 교육과정 편성·운영권, 교사 전임·전보 유예 요청권 등이다.
이와 함께 각급 학교의 교육과정 편성·운영권과 교사초빙권, 학교재정 운영에 대한 자율성 등은 강화됐다. 이렇게 커진 권한을 통제할 교육청의 장치는 학교장중임심사 등이다. 교장으로 임용심사를 할 때 외부 전문가를 참여하는 것도 포함됐다.
최근 적발된 비리가 장학사 인사 비리나 방과 후 학교 관련 비리로 자율화의 주체인 장학사와 교장에 의해 행해졌다는 점에서 시교육청이 체감하는 충격은 매우 컸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방과 후 학교는 사교육비 절감을 위해 공교육 영역에서 사교육의 ‘시장 논리’를 어느 정도 받아들인 정책으로 꼽힌다.
영리단체의 방과 후 수업을 허용할 때 지적됐던 리베이트 등의 비리가 현실화되자, 시교육청이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 전체가 ‘비리 오명’을 뒤집어 쓸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자율화되고 있는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비리의 싹을 자를 수 있을지는 숙제로 남을 전망이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2010-02-05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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