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며 사정해도 강제로 옷찢고 가위로 잘랐다

울며 사정해도 강제로 옷찢고 가위로 잘랐다

입력 2010-02-17 00:00
수정 2010-0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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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를 넘어선 고양지역의 중학교 졸업식 ’알몸 뒤풀이‘ 과정이 피해자 진술을 통해 속속 가혹 행위 수준으로 드러나 충격을 더하고 있다.

 16일 사건을 수사중인 경기도 일산경찰서에 따르면 피해 중학생 15명은 졸업식 날인 11일에 며칠 앞서 같은 중학교 출신인 고교생 선배 20명으로부터 “’졸업빵(뒤풀이)‘을 한다”는 문자 메시지나 유선 전화를 받았다.

 졸업식 3시간 뒤인 11일 오후 2시30분까지 중학교에서 3~4㎞ 떨어진 공터로 나오라는 내용이었다.

 피해 학생들은 전통적으로 졸업식 때마다 뒤풀이가 있어 왔고 뒤풀이 과정에서 옷이 찢기거나 얼차려를 받는 등 가혹행위가 어느 정도 있는 것을 알고 있어 대부분 망설였다.

 하지만 피해 학생들은 고교로 진학하면 또 다시 선배로 만나야 할 상황이어서 괴롭힘을 당할 게 두려워 울며겨자 먹기로 참석할 수 밖에 없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게다가 선배들이 “상의만 벗기겠다”고 약속까지 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졸업식 뒤풀이는 피해 학생들의 상상을 초월한 수준이었다.

 계란과 케첩,밀가루 세례를 퍼붓는 ’통상적인‘ 뒤풀이를 넘어 한겨울 추위에 속옷까지 벗을 것을 요구받았다.

 일부 여학생들은 울면서 사정했지만 선배들의 고압적인 태도에 굴복할 수 밖에 없었다.

 옷 벗기를 거부한 일부 학생들은 강제로 옷이 찢기거나 일부는 가위로 옷이 잘리며 고스란히 알몸 상태가 됐다.

 남학생들에게는 알몸 상태로 옛날 군대에서나 있을 법한 얼차려가 이어졌다.

 알몸으로 뒹굴거나 인간 피라미드를 쌓아야만 했다.

 선배들은 밀가루와 계란 세례를 퍼붓기 위해 우비를 갖춰 입고 피해 학생들의 거부 반응을 예상이라도 한듯 가위까지 준비했다.

 그리곤 재미삼아 이런 모습을 캠코더와 카메라로 촬영한 뒤 인터넷에 올렸다.

 경찰 관계자는 “가해 학생중 한명이 인터넷에 올린 것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며 “’추억을 만들자‘는 어린 학생들의 치기로 받아들이기에는 폭력과 가혹 행위의 강도가 도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피해 학생들은 30분간 뒤풀이에서 옷이 찢기고 계란과 케첩 범벅이 되는 강요에 시달리다 겨우 중학교 2학년 후배들에게 옷을 가져오라고 연락해 겨우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러나 피해 학생들은 선배들의 보복이 두려워 사진과 동영상이 유포돼 파문이 일 때까지 부모에게조차 피해 사실을 말하지 못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날 피해 학생 조사에서 학교마다 거의 막장 수준의 졸업식 뒤풀이가 만연돼 있음도 드러났다.

 이날 조사를 받고 돌아간 한 피해 학생은 “다른 중학교도 다 비슷한 졸업식 뒤풀이를 한다”고 밝혔다.잘 알려지지 않고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연합뉴스에는 이날 작년 일산 지역의 모 중학교 졸업식 알몸 뒤풀이 장면이라고 소개한 뒤 ’남자 5~7명이 은밀한 부위가 완전히 드러나는 ‘알몸’으로 찍은 사진 5장을 제공하며 “작년이지만 기사가 났으면 좋겠다.망신당해봐야 한다”고 제보하기도 했다.

 고양교육청 관계자는 “부산과 제주 등 다른 지역에서 졸업식 뒤풀이가 문제가 돼 각 학교에 지침을 내려 대대적으로 생활지도를 했지만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져 할 말이 없다”며 “생활지도도 중요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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