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경창설 64주년… 으뜸 여경대상 뽑힌 박수진 경사

여경창설 64주년… 으뜸 여경대상 뽑힌 박수진 경사

입력 2010-07-02 00:00
수정 2010-07-02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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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옷 그녀 뜨면 ‘깍두기’들은 노랗게 질린다

박수진. 서른네살 미혼. 경기경찰청 고양경찰서 강력팀 형사. 박 형사는 경기북부 지역 조폭들에게는 저승사자다. 경기 파주 일대에서 활동하던 ‘파주스포츠파’와 스포츠파와 세력다툼을 벌이던 ‘파주주내파’, 이들과 싸우던 ‘의정부세븐파’‘일산식구파’ 등 4개 폭력조직원 143명을 잡았다. 그래서 그녀는 ‘조폭 잡는 여경’이란 별명을 갖고 있다. 박 형사는 1일 ‘여경의 날’을 맞아 경찰청 대청마루에서 열린 64주년 여경창설 기념행사에서 으뜸 여경대상 수상자로 선정돼 경장에서 경사로 한 계급 특진했다. 박 형사는 “다 팀원들이 한 일이지요. 팀워크가 경찰의 힘”이라고 공을 동료들에게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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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셔츠차림의 박수진 경사가 컴퓨터로 조서를 작성하고 있다. 무술 유단자인 박 경사에게서 상대방을 제압하는 듯한 분위기가 읽힌다. 경찰청 제공
티셔츠차림의 박수진 경사가 컴퓨터로 조서를 작성하고 있다. 무술 유단자인 박 경사에게서 상대방을 제압하는 듯한 분위기가 읽힌다.
경찰청 제공


●1년6개월간 조폭 4개파 143명 검거

163㎝의 보통 키에 예쁘장한 얼굴이지만 이 지역 조폭들은 ‘박수진’ 이름 석자만 들어도 오금을 펴지 못한다. 박 형사는 “강력팀 형사라는 선입견 때문에 우락부락할 것으로 생각되겠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잖아요.”라며 미소를 지었다. 박 형사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배운 태권도가 일품이다. 태권도 3단에 합기도 1단이다. 체력도 ‘짱’이다. 경찰관끼리 겨루는 ‘체력왕 선발대회’에서 여경부문 1위를 했다.

박 형사는 1995년 군 입대를 결심했다. 남성도 힘들다는 특수전사령부에서 하사관으로 복무했다. 3년5개월 동안 특공대 생활을 마치고 1999년에 전역한 그는 일반 사무직으로 근무하기도 했지만 이듬해 경찰특공대에 지원했다. 박 형사는 “일반 회사에 다닐 때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경찰특공대에서 여경 1기를 뽑는다는 말을 듣고 나한테 맞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돌이켰다.

●“팀워크가 경찰의 힘” 공 돌려

8년 동안 경찰특공대로 근무하던 박 형사는 2008년 11월 일반 경찰관으로 전환하면서 강력팀 형사를 선택했다. 박 형사는 “형사가 적성에 맞는다는 점도 있었고, 수사를 배우고 싶었다.”고 말했다. 형사로서의 일상은 그렇게 시작됐다. 강력팀 형사로 근무한지 채 1주일도 안 됐을 때 40대 남성이 내연녀를 살해한 강력사건이 터졌다. 잠복근무 등 끈질긴 추적이 계속됐다. 동료 형사와 팔짱을 끼고 연인행세까지 한 끝에 서울역에서 도주하려던 피의자를 붙잡았다. 박 형사는 “형사로서 첫 검거여서 그런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그녀는 “밤새워 쫓던 범인을 체포하는 순간마다 자부심과 짜릿함을 느꼈다.”면서 “여경은 강력팀 근무를 못한다는 편견을 깨고 훌륭한 강력 형사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2010-07-0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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