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착비리 근절 vs 징계 되레 증가
“장기간 근무하면서 나타날 수 있는 지역 토착세력과의 유착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 vs “지난해 대규모 인사쇄신 이후 비리 징계가 오히려 급증하는 등 실효성 없는 방안이다.” 경찰이 지난달 발표한 고강도 개혁안 가운데 하나인 ‘장기근무자 권역별 순환근무제’가 논란을 낳고 있다.당초 경찰청은 지난달 15일 유흥업소 등과의 유착비리를 막기 위해 한 지역에서 장기간 근무한 경찰들을 다른 권역으로 이동시키는 ‘권역별 순환근무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 4월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 단행 뒤 비리 관련 징계는 오히려 대폭 늘었다. 일부에서는 “쇄신 효과가 떨어지는 것 아니냐.”며 이번 인사 개혁안의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으나 경찰청은 “강화된 감찰 효과”라고 분석하고 있다.
12일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강남지역 안마시술소 업주와 경찰관의 유착비리 등으로 촉발된 인사쇄신 이후 비정기 인사를 통해 464명이 한꺼번에 자리를 옮겼지만 그 후 1년간 경찰 징계는 급증했다. 서울청의 ‘월별 징계현황’에 따르면 2008년 4월부터 1년간 징계를 받은 경찰은 292명으로 월평균 24.3명꼴이다. 반면 2009년 4월 대거 인사이동이 단행된 이후 2009년 5월부터 올 4월까지 징계경찰은 439명으로 월평균 36.5명을 기록했다. 무려 50%나 늘어난 숫자다.
업무 공백 우려도 제기된다. 현재 권역별 순환근무 ‘0순위’로 거론되는 10년 이상 장기 근무자는 31개 일선서(1만 8472명) 가운데 총 4532명으로 전체 서울경찰의 24.5%를 차지하고 있다. 경찰 내부에서는 “대규모 인사이동이 있을 경우 상당 기간 업무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며 우려하는 의견이 없지 않다.
이런 인사쇄신책을 두고 찬반 의견이 엇갈린다. 서울의 한 경찰서에 근무하는 A경위는 “우리를 잠재적 범죄군으로 분류하는 것 아니냐. 또 지역사정에 밝은 장기근무자들을 대거 발령내면 중요 사건이 터졌을 때 신속한 대응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와 달리 경찰청 관계자는 “단속·규제 업무를 맡고 있는 경찰은 업무 특성상 인적 네트워크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금품수수 등 비리 관련 부작용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면서 “징계 증가는 감찰강화가 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조사·검거과정에서 상급자의 중간관리나 감찰 부분을 강화하고 선발·임용·훈련과정에서 강도높은 윤리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해야 한다.”면서 “내부고발자에 대한 철저한 신원보장과 포상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2010-07-13 8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