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저금통 깬 조전혁…발끈한 전교조

돼지저금통 깬 조전혁…발끈한 전교조

입력 2010-07-13 00:00
수정 2010-07-13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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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합원 명단 공개를 둘러싸고 갈등을 겪고 있는 전교조와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13일 ‘돼지저금통’을 놓고 다시 한번 격돌했다.

 격돌은 조 의원이 서울 영등포시장역에 있는 전교조 사무실을 찾아가면서 시작됐다.이날 조 의원의 전교조행(行)은 전교조 조합원 명단공개 사건으로 전교조가 자신의 금융계좌를 압류한 것과 관련,”수중에 있는 돈부터 주겠다”고 전날 공언한 데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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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통으로 가져온 강제이행금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교원단체 및 노조 소속 교원명단 공개와 관련해 법원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내도록 명령한 강제이행금을 납부하기 위해 13일 오전 서울 영등포 전교조 사무실을 찾아 저금통을 뜯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저금통으로 가져온 강제이행금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교원단체 및 노조 소속 교원명단 공개와 관련해 법원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내도록 명령한 강제이행금을 납부하기 위해 13일 오전 서울 영등포 전교조 사무실을 찾아 저금통을 뜯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날 오전 11시께 전교조 사무실에 들어선 조 의원을 본 전교조 노용래 기획관리실장이 “무슨 일로 왔느냐”고 묻자 조 의원은 “계좌가 압류돼 직접 갖다 드리러 왔다”고 대답했다.

 노 실장은 “조 의원 방문을 통보받은 바 없다”고 말했지만,조 의원은 “위원장에게 전화로 이야기했다”며 책상 위에 들고 온 분홍색 보자기를 풀었다.

 보자기 안에는 5만원권과 1만원권 네 뭉치,금색,연두색,갈색 돼지저금통 세 개가 들어 있었다.

 조 의원 보좌관이 커터칼로 저금통을 뜯자 전교조 직원들은 “남의 사무실에서 뭐하는 거냐.정치쇼 하러 왔느냐” “의원이 돈 500만원을 준비하지 않아 이렇게 하느냐”며 격렬하게 항의했다.

 조 의원 측은 이에 “돈을 내러 왔으니 전달해야 할 게 아니냐”고 응수하며 저금통 세 개를 모두 뜯어낸 뒤 수백개의 동전을 포함한 현금 481만9천520원을 전교조 측에 내놓았다.

 조합원 명단 공개의 당위성 등을 놓고 양측의 격한 감정싸움도 이어졌다.

 조 의원 측이 “(명단공개 재판) 결과는 끝까지 봐야하는 것 아니냐”고 하자 전교조 직원 사이에서는 “법 이해가 굉장히 안되네요”라며 신경질적인 반응이 나왔다.

 ”개념 상실이다” “법이나 지켜라”라는 비난이 쏟아지자 엄민용 전교조 대변인이 나서 직원들에게 자숙을 요청하기도 했다.

 조 의원은 돈을 내놓은 뒤 전교조 건물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전교조의 압류조치로 금융거래가 정지돼 돈을 갖고온 것이며,돼지저금통은 명단 공개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강제이행금으로 사용하라고 모금해 줘 들고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명단공개 금지는) 판사가 법을 잘못 적용했다고 본다.항소심과 헌법재판소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명단공개를 금지한 판결에 다시 불만을 터트렸다.

 조 의원은 “의원 봉급 중 절반 정도를 전교조에 내줄 용의가 있고,앞으로 한 달에 한 번씩 전교조를 찾아와 돈을 주겠다”며 “그러나 압류한 계좌는 개인용 계좌가 아니라 정치자금용 계좌이므로 당장 압류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교조는 “(조 의원의) 이번 방문은 전교조에 대한 모독”이라며 분노했다.

 엄 대변인은 “일부 간부가 불만을 표출했는데 조 의원의 불법행위에 대한 분노”라며 “돈을 액수조차 세지 않고 갖고온 것은 정치적 쟁점을 만들고 이름을 알리기 위한 정치쇼”라고 비난했다.

 이어 “압류한 조 의원 계좌에서 나머지 강제이행금(1억4천500여만원)도 모조리 받아내겠다.채권추심 결정문을 법원이 내줬다는 점에서 ‘압류계좌는 개인용이 아닌 정치자금용 계좌’라는 조 의원 주장도 믿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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