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로 본 2010 여름] 닭이 죽어야 소·돼지가 산다?

[날씨로 본 2010 여름] 닭이 죽어야 소·돼지가 산다?

입력 2010-07-17 00:00
수정 2010-07-1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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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더위 닭-소-돼지의 생존 경제학

삼복(三伏)이 시작되는 7월은 닭에게 잔인한 달이다. 19일이 초복, 29일 중복, 다음달 8일이 말복이다. 여름철에 삼계탕 집을 찾는 손님이 늘면서 전국 36개 도축장은 바쁘게 움직인다. 아이러니하게 닭의 성수기다 보니 소나 돼지는 덜 도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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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따르면 지난해 7월 한 달 간 전국 36개 도축장에서 도축된 닭은 모두 8281만 9646마리다. 이는 전년 7월이나 전월과 비교했을 때 가장 많았던 월별 도축량 기록이다.

또 이 숫자는 주민등록 인구보다 1.5배를 웃돈다. 애 어른 할 것 없이 한 달간 평균 닭 한 마리 반은 먹었다는 얘기다. 올해는 구제역 파동과 월드컵 16강 진출 등으로 닭의 소비가 증가해왔다. 도축 통계가 집계된 5월 현재까지 닭의 소비는 평균 7.6% 올라갔는데 이런 추세라면 이번 달에 도축되는 닭은 8900만 마리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닭 도축사(史)에 새 기록이 세워질 전망이다.

지난 한 해 도축된 닭은 6억 8000만 마리다. 국민 한 사람이 한해 13마리 반(수입 닭 제외)을 먹었다는 계산인데, 올해 도축될 닭의 수만 7억 3000만 마리를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보다 한 마리 가량 늘어나 1인당 연간 14.7마리를 먹는 셈이다.

삼복때 도축의 대상은 삼계탕용 닭(400~500g)이다. 부화한 지 30일 만에 잡는데 지난해 7월에는 2373만 마리가 도축됐다. 평소 월평균 도축량(962만 마리)보다 2배 반이나 많았다. 삼계탕용 닭은 일반 닭보다 덜 자라는 대신 육질이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하다. 일반 닭인 육계 도축량도 만만찮다. 닭 볶음탕 등으로 많이 쓰는 일반 육계는 병아리를 35일 가량 키워 중량이 700~1100g 가량 됐을 때 잡는다.

전통적으로 육류 소비는 계절이나 명절 등의 변수에 따라 수요가 크게 변한다. 보양식 수요가 몰리는 7월은 닭고기와 개고기가, 추석 명절이 낀 9월에는 쇠고기 소비량이 급증한다. 예를 들어 지난해 우리 국민 1인당 먹은 쇠고기의 양은 8.0㎏이다. 한달 평균 한 가구가 소비하는 쇠고기는 1.5㎏이지만 추석이 낀 9월(4주 평균)은 구매량이 2.1㎏까지 늘어난다. 하지만 삼복때는 다른 보양식 덕에 쇠고기 소비는 크게 감소한다. 실제 지난해 7월에는 월 평균 도축량(6만 8000마리) 보다 적은 5만 9000마리의 소가 도축됐다.

다른 고기에 비해 돼지는 월별 소비패턴이 뚜렷하지는 않다. 그만큼 무난하게 애용된다는 얘기다. 국산 돼지도 삼복의 덕을 봤다. 지난해 7월엔 평소보다 적은 113만 8000마리가 도축됐는데 소와 같은 방식으로 계산하면 2만 1000마리 정도가 닭 덕에 덜 도축된 셈이다.

그렇다면 삼복때 즐겨찾는 개고기의 도축량은 얼마나 될까. 안타깝게도 정확한 통계는 없다. 현행 축산법과 축산품가공처리법시행령상 개를 도축하는 행위가 불법이니 공식적으로 이를 셈할 수가 없다. 다만 2006년 국무조정실이 식용견 정책을 정리하며, 설문조사를 한 결과 설문 응답자 1025명 가운데 55.3%가 “개고기를 먹어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를 통해 4년전 정부가 추산한 개고기의 연간 소비량은 165만∼205만마리 정도. 이에 따른 시장규모가 1조 30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추정했다.

개고기는 닭고기에 비해 오히려 보양식의 개념이 더 강해 100만마리 이상의 개가 삼복에 맞춰 세상을 뜬다고 봐야 할 것같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2010-07-17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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