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동 재벌가 일대 연쇄 1인 시위에 ‘몸살’

한남동 재벌가 일대 연쇄 1인 시위에 ‘몸살’

입력 2010-07-29 00:00
수정 2010-07-29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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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전 7시 서울 용산구 한남동 유엔 빌리지 입구에서는 흰 티셔츠를 입은 건장한 체격의 남성 10여명이 차 한 대를 막아서면서 승강이가 벌어졌다.

이들이 도로를 막자 노동조합 조끼를 입은 조합원 4명이 차에서 내려 길을 비켜 달라고 요구하면서 옥신각신했던 것이다.

이들이 다투는 사이에 급기야 도로정체가 빚어지자 티셔츠 차림의 남성들이 길을 풀어줬다.

그러나 노조원 4명은 얼마 못 가 골목길 입구에서 다시 걸음을 멈춰야만 했다. 10여명의 청년들이 다시 길을 막아서면서 몸싸움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길을 뚫으려던 노조원들은 기아자동차 소속으로 사측의 성실한 임금ㆍ단체 교섭을 촉구하고자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의 자택 앞으로 1인 시위를 하러 가던 참이었다.

이들은 사흘째 회장 자택 앞 집회를 시도했으나 매번 집까지 이르는 데에 실패하고서 이날은 오전 10시30분까지 인근 거리 4곳에 흩어져 피켓시위를 하고서 해산했다.

이날 한남동 유엔 빌리지에서는 정 회장 자택 외에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 자택과 곽정소 KEC 회장 자택 앞에서도 1인 시위가 벌어졌다.

한진중공업 노조는 “사측이 임금삭감과 구조조정을 요구하는 등 희생만 강요하고 있다”며 임금인상과 고용보장을 요구하려고 상경해 이날 조 회장 자택 등을 찾았다.

인근 곽 회장 자택 앞에서도 KEC 노조가 직장폐쇄를 한 사측에 사태 해결을 촉구하며 사흘째 피켓시위를 이어갔다.

유엔 빌리지에서 다소 떨어진 한남2동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집 앞에서도 이날 1인 시위가 있었다.

집회에 나선 이들은 화물연대 창원LG분회 소속 노조원으로, 이들은 화물연대를 교섭주체로 인정해 달라고 요구하며 19일부터 LG 본사와 구 회장 자택을 오가며 1인 피켓시위를 벌였다.

기아차 노조를 제외하고는 모두 회장 자택 현관 바로 앞에서 1인 시위를 했지만 별다른 마찰은 벌어지지 않았다.

회장 자택을 시위장소로 선택한 것과 관련해 김외욱 한진중공업노조 부지회장은 “회사가 대책 없이 나오니 이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며 “회장에게 최소한의 관심을 가져달라는 취지로 왔는데 아침에 출근하면서 거들떠보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이경민 기아차노조 선전실장은 “정 회장이 최고경영자이기 때문에 요구를 관철하려고 찾은 것이다. 회장 자택 인근은 모두 방어집회가 신청돼 있어 집회신청이 불가하지만 1인 시위는 별도 신고 없이도 합법적으로 시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용산구 한남동 일대는 남산과 한강을 함께 조망할 수 있는 뛰어난 입지를 가지고 있어 다수의 외국 공관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등 대기업 총수 일가의 자택들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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