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당동 버스폭발’ 연료통 손상·밸브 오작동 때문

‘행당동 버스폭발’ 연료통 손상·밸브 오작동 때문

입력 2010-08-27 00:00
수정 2010-08-27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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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에서 지난 9일 발생한 압축천연가스(CNG) 시내버스 폭발 사고의 원인은 연료통 손상과 밸브 오작동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성동경찰서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27일 오전 브리핑을 열고 “감정 결과 용기 고정 부품과 볼트에 의해 충격이 가해지면서 용기를 둘러싸는 복합재에 균열이 생긴데다 가스 밸브의 작동 불량,밸브 단선 등으로 가스가 방출되지 못해 용기 내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화염에 의한 폭발 흔적이나 가스 누설 흔적이 발견되지 않은 점으로 볼 때 폭발은 1번 용기 내부에서 일어난 것으로 보이며,운행 중 버스 차체가 흔들리면서 용기 고정 부품(클램프)과 볼트에 의해 용기가 훼손된 것으로 국과원이 추정했다.

 국과원에 따르면 천연가스(CNG) 버스 연료통의 내부 압력은 금속 용기와 용기를 감싸는 복합재가 반씩 감당한다.

 버스의 장기 운행으로 연료통 고정장치가 헐거워지면서 부품과 차체를 연결하는 볼트가 충격을 준 탓에 유리 섬유로 된 복합재에 금이 가 용기가 감당할 수 있는 압력이 반으로 줄어들었다고 국과원이 설명했다.

 조사 결과 복합재와 금속 용기 사이에서 완충 작용을 하는 고무 패킹에 볼트와의 마찰로 큰 구멍이 뚫렸고,폭발이 없었던 다른 연료통이나 1번 연료통의 미폭발 부위에서도 이러한 균열 흔적이 발견됐다.

 폭발이 일어난 1번 용기는 버스에 장착된 8개 연료통 중에서 맨 앞쪽에 있었던 것으로,버스 운행 과정에서 가장 큰 충격을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경찰이 전했다.

 또,폭발하지 않은 다른 연료통에는 주행에 따른 정상적인 연료 소모량보다 적은 연료가 남아 있었던 것으로 보아,1번 연료통과 연결된 밸브 장치에 문제가 생겨 가스가 제대로 빠져나가지 않은 것으로 경찰과 국과원은 추정했다.

 1번 연료통에 연결됐던 밸브 장치는 폭발 과정에서 유실됐다.

 경찰과 국과원은 “사고 당일 높은 기온과 지열,엔진 온도 등에 의해 용기에서 가스가 팽창하면서 압력이 상승한 것도 (폭발에) 영향을 미쳤으며,이러한 원인이 모두 맞물리면서 연료통이 감당할 수 있는 압력 범위를 넘어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차량 제조사 및 정비 담당자들은 정밀점검 규정 및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버스 운행 기간에 육안 검사,간이 탐지기 검사,비눗물 검사 등 형식적인 점검만 하고 연료통을 떼어내는 정밀점검은 한 번도 하지 않은 사실도 확인됐다.

 차량 제조사는 2005년 볼트와의 접촉 충격으로 다른 버스의 연료통에 흠집이 난 것이 확인되자,이후 제조 차량에는 머리 두께가 4mm 가량 작은 볼트를 장착했으나 사고 버스 연료통의 볼트는 교체하지 않았다.

 제조사는 경찰 조사에서 “캐나다의 유명 민간업체에 검사를 의뢰했으나 안전 평가에서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돼 교체하지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일 오전에 사고 차량이 가스를 충전했던 신내동의 가스 충전소는 가스안전공사의 점검 결과 별다른 문제가 없었으며,폭발하지 않은 다른 용기의 잔여 가스에도 특이점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경찰이 전했다.

 경찰은 정비 담당자와 관련 업체 관계자 등을 다시 소환해 과실 여부 등을 가려낼 계획이다.

 지난 9일 오후 성동구 행당동에서 벌어진 이 사고로 버스 승객과 행인 등 18명이 중·경상을 입었고 주변 상가 13곳에서 유리창이 깨지는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부상자 중 12명이 26일 현재 입원 중이며,두 발목이 거의 절단되는 중상을 입은 이효정(28.여)씨는 봉합수술을 받고 인근 종합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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