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비판’ 박원순 승소…“상당성 잃은 공격 아니다”
명백한 허위사실 유포 등을 통해 악의적인 비판이 가해졌을 경우 국가도 당사자를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김인겸 부장판사)는 15일 ‘국가정보원이 민간사찰을 했다는 내용의 허위사실을 공표해 국정원과 국가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국가가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국가는 업무처리가 정당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항상 국민의 비판과 감시를 받아야 하므로 심히 경솔하거나 상당성을 잃은 공격인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명예훼손의 피해자가 될 수 있고,이때 현저히 악의적인 행위가 있었다는 점은 국가가 증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박 상임이사가 국정원의 ‘민간사찰’과 관련해 언론에 제보한 것이 다소 근거가 부족하거나 진위를 확인하지 않은 것이라고 볼 수 있을지언정,국가에 대한 악의적인 비판은 아니다”고 판단했다.
이번 소송에서는 국가가 명예훼손의 피해자가 될 수 있는지가 쟁점이었는데,법원은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역할이 위축될 수 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소송을 제기할 원고 적격이 없지만,명백한 허위사실 유포와 같은 예외적인 경우에는 가능하다고 봤다.
소송을 대리한 법무법인 공감의 윤지영 변호사는 “국가가 정당한 비판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박 상임이사 개인의 문제가 아닌,표현의 자유와 관련한 중요한 소송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국가가 항소하면 끝까지 다퉈보겠다”고 밝혔다.
박 상임이사는 작년 6월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국정원이 시민단체와 관계를 맺는 기업까지 전부 조사해 시민단체가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취지로 사찰 의혹을 제기했고 국가는 “확인절차 없이 허위 사실을 말해 국가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2억원을 배상하라고 소송을 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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