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2차붕괴 우려로 대피 중…“차례 못지내 조상께 면목없다”
추석인 22일 오후 4시 인천시 계양구 계산동의 한우리아파트 뒷마당.21일 인천지역을 강타한 집중호우 영향으로 5층 아파트 뒤편에 있던 높이 2.5m가량의 축대가 무너져 있고 그 아래 주차돼 있던 차량 3대가 완전히 짓눌려 있었다.
축대 위에 세워진 5층 빌라는 금세라도 아파트 쪽으로 기울 듯 위태로워 보였다.
경찰서 소속 의경 30여명과 119구조대 직원,구청 공무원 등 50여명이 투입돼 축대 아래에 깔린 차량을 1대씩 빼내고,축대가 아예 쓰러지지 않도록 아래에 흙주머니 수십개씩을 채워 넣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인천=연합뉴스) 최정인 기자 = 21일 인천시에 내린 집중 호우로 계양구의 한 아파트 뒷마당에 세워진 축대가 무너져 그 아래 주차된 차량 10대가 파손되고 주민들이 놀라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22일 사고 현장에서 굴삭기를 동원한 복구작업이 한창이다.
축대 아래에서 빠져나온 차량은 모두 뒷부분이 납작하게 찌그러져 있고,차량 주인은 심란한 표정으로 차량 위에 쌓인 흙을 털고 안에 있던 물건들을 꺼냈다.
이 아파트 주민들에 따르면 집중호우가 내리기 시작한 21일 낮 1시께 아파트단지 뒷마당의 축대가 붕괴되면서 그 아래 주차돼 있던 주민 차량 10대가 파손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주민 김락영(40)씨는 “아파트 뒷마당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천둥소리와 함께 축대 왼쪽에서 불꽃이 번쩍 튀더니 곧이어 ‘쾅’ 소리를 내며 축대가 와르르 무너졌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축대 앞 아파트와 축대 위에 세워진 빌라의 주민 수십명이 2차 붕괴 위험을 우려하며 깜짝 놀라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일부 주민은 대피소가 마련된 인근 경인여대로 피했지만 대부분의 주민들이 대피장소에 대한 공지를 듣지 못해 친척집으로 가거나 집 안에 남아 뜬 눈으로 밤을 지샜다.
밤사이 한바탕 소란을 겪은 주민들은 밖으로 나와 “난리야 난리”를 연발하며 공무원들의 복구작업을 근심어린 표정으로 지켜봤다.
(인천=연합뉴스) 최정인 기자 = 21일 인천시에 내린 집중 호우로 계양구의 한 아파트 뒷마당에 세워진 축대가 무너져 그 아래 주차된 차량 10대가 파손되고 주민들이 놀라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22일 사고 현장에서 굴삭기를 동원한 복구작업이 한창이다.
주민 김모(70)씨는 “맞은편 빌라가 아파트 쪽으로 쓰러질지 모른다는 말에 경인여대에 마련된 대피소에 가있다가 오늘 새벽 3시쯤 돌아왔다”라며 “경황이 없어 차례도 못 지내고 조상님 뵐 면목이 없다”라고 말했다.
음식 만들던 앞치마 차림 그대로 대피했다가 이날 오후에야 집에 온 구본목(59.여)씨는 “만들던 추석 음식들이 상할까 걱정됐지만 건물마저 무너질 수 있다는 소리에 가까운 친척집으로 대피했다”라며 “가족들과 단란하게 보내야 할 명절에 이게 웬 날벼락이냐”라고 말했다.
일부 주민들은 이번 축대 붕괴사고와 관련,해당 지자체와 소방서,아파트 관리사무소 등의 총체적인 늑장대응을 비난하고 나섰다.
사고 직후 신고하려 했으나 119구조대와는 통화가 제때 연결되지 않았고,신고 후에도 몇시간이 지나도록 빌라 아래에 비가 들이치지 않도록 비닐을 쳐놓고 축대 아래 지렛대 몇 개를 세워놓은 것 외에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날 오후가 돼서야 복구작업을 위한 굴착기와 대규모 인력이 도착했다며 주민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주민 정우조(30)씨는 “축대가 무너지면서 그 위에 세워진 빌라가 맞은편 아파트 쪽으로 쓰러질 위험을 배제할 수 없는데 현재까지도 명확한 대피 지시가 없어 집에 남아있는 것이 매우 불안하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정해영(29)씨는 “예전부터 축대에 ‘붕괴위험’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어 부실시공 의혹마저 있었다”라며 “주민들 사이에는 ‘언젠가 일어날 일이 일어났다”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라고 말했다.
현장에 나온 계양구청 공무원은 ”흙주머니 등으로 무너진 축대를 받치는 작업에 1~2일이 걸릴 예정이며,축대에 대한 구조안전진단을 통해 적합한 복구 방법을 찾겠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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