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질방 피난생활 13일째…더 참기 힘들어”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인해 13일째 인천시내 찜질방에서 피난생활을 하고 있는 연평도 주민 350여명은 5일 옹진군청과 인천시청을 차례로 항의 방문해 당국의 조속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주민들은 이날 오전 10시께 옹진군청을 찾아 거세게 항의했다.
일부 주민들은 청사 2층에 있는 군수실에 올라가려다 이를 막는 군청 직원들과 몸싸움을 벌였고,군수실에 들어가 화분과 집기를 부수기도 했다.
주민들이 군수와의 면담을 요청하자,이날 연평도에 들어갈 예정이던 조윤길 옹진군수는 일정을 취소하고 오전 11시20분께 군청으로 돌아와 주민들을 만났다.
한 주민은 군수에게 “주민대책위와 한마디 상의없이 연평도에서 특별취로사업을 추진한 것은 주민들을 이원화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냐”라고 항의했다.
이에 대해 조 군수는 “송영길 인천시장이 4일 연평도를 방문했을 때 주민들이 생활 안정대책을 요구해 특별취로사업을 추진한 것이지 주민들을 와해시키려는 목적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대책을 주민과 의논해 시행하겠다”면서 “8일이면 국회에서 서해5도 지원 특별법이 통과될 것으로 본다”라고 덧붙였다.
주민들은 조 군수와의 면담을 마친 뒤 버스를 타고 인천시청으로 이동,오후 1시30분께 시청 대회의실에서 송영길 인천시장과 간담회를 가졌다.
주민들은 송 시장과 일문일답 방식으로 진행한 간담회에서 “정부와 인천시의 미온적인 대처로 찜질방 생활이 장기화하고 있다”며 조속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주민 박태환(68)씨는 “연평도에서 사는게 안전하다고 믿어 왔는데 이제는 불안감에 살기 힘들다”면서 “주민들을 영구 이주시킬 수 없다면 정부 관계자들이 연평도에 들어가서 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연평면사무소에서 주민들에게 일당 6만원을 줄테니 특별취로사업을 하라고 한다”면서 “주민대책위원회와 협의 없이 이런 사업을 벌이는 것은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원하는 주민들을 분산시키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민 김영식(60)씨는 “열흘이 지났는데도 정부가 지금까지 우리를 방치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고,김재헌(48)씨는 “언론에서 연평도가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고 하지만 주민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라고 말했다.
송 시장은 주민들의 불만과 요구사항을 들은 뒤 “모든 문제를 주민대책위와 협의해 처리해 나가겠다”면서 “우선 임시 거처 문제를 해결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연평도에 순수 민간주거지역인 평화마을을 조성,주민들이 안심하고 거주하며 생업에 종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나가겠다”라고 답변했다.
주민들은 시와 주민대책위가 임시 거주지 마련을 위한 세부 사항에 최종 합의할 때까지 원래 머물던 찜질방으로 돌아가지 않고 시청 대회의실에 대기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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