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받은 도움 되돌려주고 가려는 것뿐”

“살면서 받은 도움 되돌려주고 가려는 것뿐”

입력 2010-12-09 00:00
수정 2010-1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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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재 25억원 털어 장학재단 만든 기부천사 배수억 씨

“이게 뭐 큰일이라고. 그냥 제가 살면서 받던 도움을 다시 돌려주고 가려는 것뿐 입니다.”

서울 성동구에 기부천사가 나타났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비리 사건으로 얼어붙은 국민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만든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로 배수억(76·성동구 성수동)씨. 그는 내년 1월 2일 평생 어렵게 모은 사재를 털어 25억원 규모의 삼연장학재단을 만든다. 내년 7월부터 성동지역 소년소녀가장 고등학생에게 장학금을 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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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억원을 출연, 서울 성동구에 장학재단을 만든 배수억(오른쪽)씨와 고재득 성동구청장이 8일 장학재단 운영 등에 대한 업무협약을 맺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5억원을 출연, 서울 성동구에 장학재단을 만든 배수억(오른쪽)씨와 고재득 성동구청장이 8일 장학재단 운영 등에 대한 업무협약을 맺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아홉살에 아버지 잃고 안해본 일 없어

성동구는 삼연장학재단과 구청에서 운영하던 기존 장학재단을 합쳐 51억여원의 기금을 통합 운영, 가정형편이 어려운 지역 학생 100여명에게 1년 학비 130여만원씩을 지원할 계획이다.

성수동 토박이인 배씨는 9살에 아버지가 돌아가면서 고생이 시작됐다. 당시를 회상하는 배씨는 “정말 하루 먹거리가 없어 매일 괴로웠다.”면서 “배고프다고 칭얼대는 동생들을 위해 안 해 본 일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때 주위 어른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도 없었을 것”이라면서 “당시의 고마움을 이렇게 다시 어려운 청소년들에게 돌려줄 수 있어서 기쁘다.”고 했다.

배씨는 1955년 수송전기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수동의 작은 공장에서 일하다 1980년대 서울 지하철 공사 현장에 변압기를 납품하면서 많은 돈을 모았다고 한다.

배씨는 “평생 아껴가며 모은 돈이지만 죽을 때 가지고 갈 것도 아니고 성동구에서 벌었으니 성동지역 어려운 청소년들을 돕자는 취지에서 구청과 손잡고 장학사업을 시작하게 됐다.”면서 “가정 형편은 어렵지만 열심히 공부하려는 청소년들에게 힘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장학사업의 취지를 설명했다.

●“돈 없어 학교 그만두는 청소년 없어야”

고재득 성동구청장은 “배수억씨의 뜻에 따라 구청에서는 지역 소년소녀가장 고등학생 40여명에게 1년 등록금 전액을 지원하기로 했다.”면서 “장학사업에 자신의 전 재산을 쾌척한 배씨의 선행은 으뜸 교육성동 실현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배씨도 “우리 사회에서 경제적인 이유로 학교를 그만두는 청소년이 없었으면 하는 것이 저의 작은 소망”이라면서 “지역 우수한 청소년들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이름 석자만 빼고 내 모든 것을 주고 나누겠다.”고 말했다.

글 사진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2010-12-09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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