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종합병원 2명 국내 첫 발견… ‘의심’도 2명
기존 항생제로 치료가 어려운 ‘슈퍼박테리아’의 위협이 더 이상 가상현실이 아니라는 사실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공식 확인됐다. 우려했던 ‘박테리아 대란’이 현실화한 것이다. 해외 여행 경험이 없는 환자들에게서 발견된 것이어서 ‘토착형’일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박테리아의 내성이 항생제 약효를 앞지르는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의료인들은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으나 보건당국은 사실 축소에 급급, 위기의식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수도권의 한 종합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 2명으로부터 기존 항생제로는 치료할 수 없는 다제내성균(일명 슈퍼박테리아)인 ‘NDM-1’ 유전자를 지닌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CRE)을 처음으로 분리했다고 9일 밝혔다. 여기에다 또 다른 2건의 의심사례가 발견돼 현재 최종 확인 검사 중이다.실제로 50대 남성 환자는 간질성 폐질환을 오래 앓아 면역력이 약해진 상태였고, 또 다른 70대 여성 환자는 당뇨와 화농성척추염으로 장기간 입원치료를 받아왔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두 환자는 추가 검사에서 NDM-1 CRE 균주가 더 이상 분리되지 않은 음전(陰轉) 상태지만 원래의 질환이 호전되지 않아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보건당국은 이들 외에 같은 병원에서 NDM-1 CRE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2명의 환자를 추가 발견해 현재 확인검사를 진행 중으로 감염여부는 이르면 11일 밝혀진다.
보건당국은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사회적 파장에는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복지부는 NDM-1 CRE는 주로 중환자실에 장기 입원해 있거나 면역력이 취약한 중증 환자에게 감염되지만 설사 감염되더라도 항생제가 있기 때문에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또 의료진과 환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전병율 복지부 질병정책관은 “이번에 발견된 다제내성균은 티게사이클린, 콜리스틴 등 치료 가능한 두 종의 항생제가 있다.”면서 “건강한 사람이 감염될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김의종 서울대의대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손씻기 등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고 정확한 검사와 적절한 항생제 사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44개 상급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표본감시체계를 가동하고 있는 복지부는 표본감시체계에 참여하는 의료기관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으며, 감염대책위원회 설치 의무 대상을 현행 300병상 이상 의료기관(150개소)에서 100병상 이상(1189개소)으로 확대했다. 복지부는 앞서 지난 10월 NDM-1 CRE를 법정전염병으로 긴급 지정했었다.
안석·이영준기자 ccto@seoul.co.kr
[용어 클릭]
●다제내성균 항생제를 자주 사용해 병원균 스스로 내성을 갖춘 박테리아. 치료를 위해 더 강한 항생제를 사용하지만 결국 어떤 항생제로도 치료할 수 없게 돼 ‘슈퍼박테리아’로 불리기도 한다.
●NDM-1 생성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 카바페넴 계열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세균으로, 요로감염·폐렴·패혈증 등의 증상을 일으킨다. NDM-1은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이 생성하는 효소를 뜻하며, 이 효소가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갖게 한다.
2010-12-1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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