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發 구제역’… 축산농가 ‘긴장의 연말’
‘안동발(發) 구제역’이 분수령에 놓여 있다. 9일 구제역 농장과 역학적 관련이 있어 예방조치로 매몰 처분을 했던 경북 영덕의 한우농가 2곳에 대한 정밀검사를 한 결과 양성으로 판명됐다. 이로써 구제역은 안동 등 경북 6개 시·군에서 확인됐다. 하지만 영덕의 경우 예방적 차원에서 살(殺)처분한 한우에서 발견된 것인 만큼 의심신고를 통해 구제역으로 판정된 것과는 다르다는 게 검역당국의 입장이다.‘워낭소리’에 구제역 ‘비상벨’
독립영화 ‘워낭소리’의 무대인 경북 봉화군 상운면 산정마을 인근에서 구제역이 발생했지만, 이곳을 찾는 관광객의 발길은 끊이지 않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관광객 이동에 따른 구제역 확산을 우려하고 있다.
봉화 연합뉴스
독립영화 ‘워낭소리’의 무대인 경북 봉화군 상운면 산정마을 인근에서 구제역이 발생했지만, 이곳을 찾는 관광객의 발길은 끊이지 않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관광객 이동에 따른 구제역 확산을 우려하고 있다.
봉화 연합뉴스
농식품부가 주말을 고비로 보는 까닭은 최근 의심신고와 양성판정이 눈에 띄게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 2, 3일 각각 15건, 12건씩 쏟아지던 구제역 의심신고는 4일 5건으로 줄더니 5일 이후에는 하루 2건 이내로 감소했다.
또한 7일 영양의 한우농가에서 양성 판정이 나온 뒤 살아있는 소·돼지에서 구제역 판정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후 영주, 봉화, 영덕(2곳) 등 4곳의 농가에서 나온 양성 판정은 모두 역학관계에 따라 살처분한 소에서 채취한 샘플에서 나왔다. 역학관계란 구제역 발생지와 사람 또는 차량, 가축 등의 왕래가 있었다는 의미다. 봉화의 한우농장은 구제역이 본격화되기 이전인 지난달 25일 안동의 한우농가에서 소를 매입했다. 영주의 농가도 지난달 27일 안동의 농장에서 한우를 사왔다. 영덕 영해면의 한우농장은 사료대리점을 겸업하는 농가로 최근 안동을 방문했다. 축산면 농장은 영해면 한우농장의 주인이 경영하는 사료대리점에서 사료를 공급받는다.
확산추세는 한풀 꺾였지만 이미 경북 6개 시·군의 축산농가는 치명타를 입었다. 9일 현재 살처분 대상은 13만 6119마리. 이 가운데 10만 6985마리가 경북 6개 시·군에서 사육하던 소·돼지다. 특히 안동에서만 소 1만 4136마리와 돼지 9만 1649마리가 매몰처분됐다. 안동에서 사육하던 소 가운데 31.4%, 돼지는 81.8%가 이번 구제역으로 살처분됐다.
영덕을 빼면 경북 북부권에 위치한 이들 지역은 국내 대표적인 한우벨트로 불릴 만큼 축산업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농민들의 불안은 더 커지고 있다. 국내 최대의 한우단지인 경주에서 8일 들어온 의심신고가 음성으로 판정된 것이 그나마 다행이지만 인접 지역의 축산농가들은 여전히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정부는 축산 농장주와 가족, 수의사 등이 해외를 방문한 뒤 국내로 들어올 때 의무적으로 신고, 검역절차를 거치도록 하되 이를 어기면 형사처벌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승 농식품부 2차관은 기자간담회에서 이러한 내용을 뼈대로 한 가축전염병 예방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조속히 처리되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2010-12-1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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