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의 기록’ 돌아보는 찜질방 피란생활

‘27일의 기록’ 돌아보는 찜질방 피란생활

입력 2010-12-19 00:00
수정 2010-12-19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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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평도 주민들이 도망치듯 섬을 떠나 지난 27일간 머물러온 인천 찜질방은 작은 연평도 마을을 옮겨놓은 것과 같았다.

 지난달 23일 북한군 포격 직후 개인 어선과 여객선,함정에 나눠 타고 섬을 출발해 인천 연안부두에 도착한 이들은 부두에서 약 2.5㎞ 떨어진 찜질방에서 끝이 보이지 않는 피란생활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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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질방 나서는 연평도 주민들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지난달 23일 이후 인천시 중구 한 찜질방에서 임시숙소생활을 해온 연평도 주민들이 19일 오후 임시거처로 마련된 경기도 김포시 LH아파트로 이사하기 위해 찜질방을 나서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찜질방 나서는 연평도 주민들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지난달 23일 이후 인천시 중구 한 찜질방에서 임시숙소생활을 해온 연평도 주민들이 19일 오후 임시거처로 마련된 경기도 김포시 LH아파트로 이사하기 위해 찜질방을 나서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찜질방과 해수탕,워터파크,피트니스센터 등으로 구성된 지하 1층,지상 5층 건물에서 주민들은 주로 2층 찜질방에 모여 생활했다.

 찜질방 전체 면적(3천300㎡)의 절반 가량 차지하는 대형 홀은 주민들의 침실이자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주민들은 찜질방 입구 왼쪽에 위치한 한식당에서 식사를 해결했다.본래 찜질방 손님을 위한 식당인 이곳에서는 끼니 때마다 배식판을 들고 10m 이상 줄이 늘어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연평도 초.중.고교 학생들은 매일 오전 7시40분 찜질방 앞에서 버스 3대에 나눠 타고 임시학교가 마련된 인천 영종도 운남초등학교로 등교했다.

 오전 10시에는 찜질방 홀에서 주민 총회가 열리는 날이 많았다.

 ‘연평도 주민이 총알받이냐’라고 적힌 플래카드 아래 설치된 무대에서는 주민비상대책위원회 위원들이 마이크를 잡고 임시거처 이주,위로금 지급 등 관련 사항을 주민들에게 전달했다.

 회의가 없을 때는 주로 노인들이 홀을 차지했다.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앉아 대화하고 잠을 자고 먹을 것을 나눴다.

 찜질방 내 자연산림욕장과 영화상영관은 부녀자 숙소와 어린이집으로 각각 바뀌었고 청소년들은 식당 옆 PC방을 차지했다.

 일부 중.고교생들은 낮시간대 어른들의 눈을 피해 인하대 대학로,구월동 로데오거리 등 시내 번화가로 놀러 가기도 했다.

 천주교 인천교구 연평도성당은 지난 3주간 매주 일요일 오전 9~11시 미사를 봉헌했다.연평도 전체 천주교 신자 450여명 가운데 4분의 1에 못 미치는 100명 정도가 미사에 참여했다.

 주민 불편을 덜어주기 위한 각종 편의시설도 운영됐다.

 1층에는 인천시립도서관들이 이동도서관을 열어 주민에게 책과 잡지를 빌려줬고,인천우체국은 임시 우체국을 운영하며 연평도로 배송된 우편물을 주민에게 전달했다.

 구호의 손길도 이어졌다.익명의 기부자가 피자 40판과 음료수를 전달하는 등 각계 각층에서 기부가 이어져 훈훈함을 더했다.

 각계의 방문도 이어져 유관기관 및 단체장뿐 아니라 유명 연예인들도 찜질방을 찾아 주민들을 위로했다.

 찜질방 체류 인원은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했다.숙박 인원은 1일 평균 260명으로 적게는 157명에서 많게는 521명에 달했다.

 점심식사 제공 인원을 토대로 낮 시간대 체류 인원을 살펴보면 매일 200~500명대가 머물렀다.

 피란생활 20일째를 넘기고 당초 15일로 예정된 임시거처 이주 날짜가 17일에서 19일로 또다시 미뤄지면서 주민들은 지쳐가는 듯했다.주민과 비대위 또는 주민들 사이에 고성이 오갔고 말다툼이 벌어지는 날도 늘었다.

 마침내 인천시와 주민비대위가 연평도 주민 1천46명을 대상으로 19일부터 경기도 김포시 LH아파트 입주를 시작하기로 지난 17일 합의하면서 갈등도 수그러들기 시작했다.

 제2의 임시거처는 정해졌지만 앞으로 연평도 현지 복구와 안보관광지 조성,생업 피해 보상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이 남아 있어 떠나는 주민들의 얼굴은 마냥 밝지만은 않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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