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첫번째 기차여행”, “사랑해,내 마음 알아줘”
20일 오후 11시27분,경춘선을 달리는 마지막 무궁화호 열차인 청량리발 춘천행 1873호 열차를 기다리는 강촌역에는 기둥마다 애틋한 낙서가 가득했다.
요란한 기적을 울리며 들어선 마지막 열차의 문이 열리자 알록달록한 등산복으로 한껏 멋을 낸 중년 승객들이 우르르 쏟아졌다.이들은 경춘선 열차에 무작정 몸을 실었던 젊은 시절로 돌아간 듯 카메라 앞에서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며 천진난만한 웃음을 터트렸다.
열차 안에는 좀처럼 빈자리가 보이지 않았다.춘천역을 향해 열차가 덜컹덜컹 바퀴를 움직이자 삼삼오오 모여앉은 승객들은 못내 아쉬운 듯 “스톱,스톱”이라고 부르짖었다.한 구석에서 나직한 목소리로 흘러간 유행가를 부르는 이들도 있었다.
후배와 함께 열차에 탄 김제철(52) 씨는 “대성리,가평,남이섬,청평,강촌,춘천에 이르기까지 내 젊은 날의 추억이 서린 경춘선인데 이 열차가 없어진다니 너무 아쉽다”면서 고개를 내저었다.
마지막 열차를 타기 위해 충남 홍성에서 올라왔다는 박상규(54) 씨 역시 “고교시절,대학시절에 많이 타고 다녔던 경춘선이 없어진다는 소식에 아내와 함께 춘천∼청량리 구간을 왕복하는 길이다”라고 전했다.
한림대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이기선(24) 씨는 “마지막 열차를 놓치지 않으려고 즉흥적으로 열차를 탔다”면서 “2년간 이 열차를 타고 학교에 다녔는데 사라진다고 하니 새삼 정이 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후 11시43분,열차는 춘천역에 접어들고 최광용(37) 기관사가 “경춘선을 사랑해주신 승객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잠시 후 70여년을 달려 온 열차의 정착역인 춘천역입니다.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방송을 내보냈다.
열차가 완전히 멈춘 뒤에도 승객들은 차마 떨치고 일어나지 못했다.저마다 카메라를 꺼내들고 무궁화호 열차의 구석구석을 렌즈에 담는가 하면 코레일 직원들과 기념촬영을 청하기도 했다.
무사히 마지막 운행을 마친 최 기관사는 “경춘선 인근의 경치가 워낙 좋다보니 선로 중간에 걸터앉아 풍광을 구경하는 사람들도 많았다”면서 “한번은 10m 앞에서 사람을 발견해 급하게 기적을 울리기도 했다”고 아찔했던 순간을 회상했다.
그는 “북한강을 끼고 구불구불 다니면서 간이역을 만나 쉬어가던 낭만이 아직도 생생한데 마지막 열차를 몰게 돼 감회가 새롭다”면서 “나도 무궁화호 열차와 함께 경춘선을 떠나 중앙선에서 일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밤늦도록 열차를 에워싸고 떠날 줄 모르는 풍류객들의 어깨를 춘천의 밤안개가 부드럽게 감싸고 있었다.
연합뉴스
20일 오후 11시27분,경춘선을 달리는 마지막 무궁화호 열차인 청량리발 춘천행 1873호 열차를 기다리는 강촌역에는 기둥마다 애틋한 낙서가 가득했다.
요란한 기적을 울리며 들어선 마지막 열차의 문이 열리자 알록달록한 등산복으로 한껏 멋을 낸 중년 승객들이 우르르 쏟아졌다.이들은 경춘선 열차에 무작정 몸을 실었던 젊은 시절로 돌아간 듯 카메라 앞에서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며 천진난만한 웃음을 터트렸다.
열차 안에는 좀처럼 빈자리가 보이지 않았다.춘천역을 향해 열차가 덜컹덜컹 바퀴를 움직이자 삼삼오오 모여앉은 승객들은 못내 아쉬운 듯 “스톱,스톱”이라고 부르짖었다.한 구석에서 나직한 목소리로 흘러간 유행가를 부르는 이들도 있었다.
후배와 함께 열차에 탄 김제철(52) 씨는 “대성리,가평,남이섬,청평,강촌,춘천에 이르기까지 내 젊은 날의 추억이 서린 경춘선인데 이 열차가 없어진다니 너무 아쉽다”면서 고개를 내저었다.
마지막 열차를 타기 위해 충남 홍성에서 올라왔다는 박상규(54) 씨 역시 “고교시절,대학시절에 많이 타고 다녔던 경춘선이 없어진다는 소식에 아내와 함께 춘천∼청량리 구간을 왕복하는 길이다”라고 전했다.
한림대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이기선(24) 씨는 “마지막 열차를 놓치지 않으려고 즉흥적으로 열차를 탔다”면서 “2년간 이 열차를 타고 학교에 다녔는데 사라진다고 하니 새삼 정이 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후 11시43분,열차는 춘천역에 접어들고 최광용(37) 기관사가 “경춘선을 사랑해주신 승객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잠시 후 70여년을 달려 온 열차의 정착역인 춘천역입니다.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방송을 내보냈다.
열차가 완전히 멈춘 뒤에도 승객들은 차마 떨치고 일어나지 못했다.저마다 카메라를 꺼내들고 무궁화호 열차의 구석구석을 렌즈에 담는가 하면 코레일 직원들과 기념촬영을 청하기도 했다.
무사히 마지막 운행을 마친 최 기관사는 “경춘선 인근의 경치가 워낙 좋다보니 선로 중간에 걸터앉아 풍광을 구경하는 사람들도 많았다”면서 “한번은 10m 앞에서 사람을 발견해 급하게 기적을 울리기도 했다”고 아찔했던 순간을 회상했다.
그는 “북한강을 끼고 구불구불 다니면서 간이역을 만나 쉬어가던 낭만이 아직도 생생한데 마지막 열차를 몰게 돼 감회가 새롭다”면서 “나도 무궁화호 열차와 함께 경춘선을 떠나 중앙선에서 일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밤늦도록 열차를 에워싸고 떠날 줄 모르는 풍류객들의 어깨를 춘천의 밤안개가 부드럽게 감싸고 있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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